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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부장은 크루즈, 난 한강유람선… 퇴직연금이 가른다
"분명 투자수익률이 임금 상승률을 상회할 겁니다. DC형 전환을 찬성합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100명 규모의 작은 금융회사인 A사는 최근 임단협을 통해 내년 1월부터 퇴직연금을 회사책임형(DB형)에서 개인책임형(DC형)으로 전원 갈아타기로 했다. 저금리로 퇴직연금 수익률이 크게 낮아지고 임금 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하겠다는 요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DC형 퇴직연금에 300만원을 추가 납입하면 세액공제(12%) 혜택을 챙길 수 있다는 점도 '갈아타기'를 재촉하는 요소다. 하지만 DC형 전환 결정 후 "내년부터 퇴직금을 본인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데 일이 바빠 여유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
근로자들이 퇴직할 때 일정 수준 금액을 보장해주는 DB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운영 책임을 지게 된다. 반면 DC형은 회사가 직원 퇴직연금 계좌로 매년 한 달치 월급을 넣어주면 이를 근로자가 책임지고 운용하게 된다. 단 DB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DC형으로 갈아타려면 회사가 DB형과 DC형을 동시에 도입한 곳이어야 한다. 회사 인사부에 DC형 전환 신청을 하면 간단히 갈아탈 수 있다. 이때 DB형에서 DC형으로 일단 갈아타면 DB형으로 돌아오진 못한다.
◇직장인들 DC형 퇴직연금으로 갈아탄다
은행 예금 금리가 연 1~2%대로 떨어지면서 퇴직연금을 DB형에서 DC형으로 갈아타는 기업, 직장인이 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DC형 퇴직연금 적립액은 20조원을 처음 돌파했고, 전체 퇴직연금 내 유형별 비중도 23%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6년 60세 정년 의무화에 임금피크제 이슈까지 맞물리게 되면, DC형 퇴직연금의 확산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트러스톤연금포럼은 DC형 퇴직연금이 2023년엔 167조원까지 늘어나 DB형(143조원)을 훨씬 웃돌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DC형은 자기 안목에 의지해 투자 대상을 선별하고, 돈을 굴려 수익을 내야 하는 만큼 더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최근 저금리 여파로 원리금 보장 상품의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예전처럼 돈을 굴렸다간 DC형 퇴직연금의 장점을 전혀 살릴 수 없게 됐다.
◇분산 투자 신경 쓰면서 꾸준히 관리해야
DC형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평소 투자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투자 성적표가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원금 보장형 상품에 편중되어 있다면 실적 배당형 상품 비중을 늘리되, 국내외 주식·채권 등 여러 자산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자산에 골고루 분산 투자하면 수익률 1등을 꿰차지는 못해도 최하위로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또 포트폴리오를 꾸렸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6~9개월을 주기로 한 번씩 수익률을 점검해 보고, 예상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상품은 과감히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등 사후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조선일보> 이경은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