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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이상 진료비 1조7100억 → 8조6500억

경북 예천군 박할머니(80는 10여 년 전에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산다. 자녀들은 도회지로 나갔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수술했다. 4년 전에는 양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했다. 지난해 이 무렵에는 삽짝을 나서다 얼음에 미끄러져 허리를 다쳤다. 25년째 당뇨를 앓고 있다. 골다공증을 앓은 지도 오래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 병원에 들러 약을 타거나 물리치료를 받는다.

박씨는 20만원의 기초연금과 자녀 용돈으로 병원비와 약값을 낸다. 박씨는 “기초연금이 나라한테는 큰 부담이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무척 고맙다”고 말한다. 

평균수명 연장,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후기고령노인들의 복지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제는 65세 이상의 노인 복지가 아니라 후기고령노인 복지를 따져야 할 때가 됐다. 이들의 의료비가 전체 노인이 쓰는 돈의 절반을 차지하고, 치매 진료비의 약 90%에 달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후기고령노인들이 사용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04년 1조7144억원에서 지난해 8조6468억원으로 약 10년 새 5배로 늘었다. 이들은 2004년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의 32.1%를 쓰다 지난해에는 47.8%를 썼다. 여성은 52%를 써 이미 절반을 넘었다. 2004~2013년 후기고령노인은 연평균 9.4% 증가한 반면 진료비는 44.9% 늘었다. 이들은 지난해 65세 이상 치매 진료비의 87.2%(2004년 67.1%)를 썼다. 암 진료비는 38%(2004년 26.9%)를 썼다. 

2008년 7월 도입된 기초노령연금(65세 이상이 대상)도 후기고령노인 수령자 비율이 해마다 올라간다. 2009년 전체 수령자의 40.6%에서 올 6월에는 47.3%, 10월엔 46.9%가 됐다. 대전시 서구에 사는 김모(78)씨는 심근경색증을 앓고 있는 독거노인이다. 간간이 막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지만 고정 수입은 기초연금 20만원뿐이다. 이 돈으로 공과금과 약값을 충당한다. 김씨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20만원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정부 조사 결과 후기고령노인의 53.6%가 기초연금을 의료비에 쓴다. 65~74세 노인(34.9%)보다 높다.

국민연금도 후기고령노인 수령자 비중이 커졌다. 2009년 65세 이상 노인 수령자 중 후기고령노인이 7.9%에서 지난해 16%로 두 배가 됐다.

후기고령노인의 복지 부담이 이렇게 커지는데도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노인인구 구조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는데도 국민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2033년 65세(지금은 61세)로 늦춘 것 외에 대비책이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2008년 후기고령자 건강보험제도를 별도로 만들었다. 전체 재원의 10%를 후기고령자의 보험료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과 정부가 부담한다.

<중아일보> 신성식 선임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