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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老後, 부부만 생각하면 헛일… 부모·자녀 포함 '3G 설계' 필요

은퇴 설계는 은퇴한 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놓고 재무적 또는 비재무적으로 설계하고 그에 따라 준비하는 것이다. 재무적 설계는 뭐니뭐니해도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비재무적 설계는 돈을 넘어 건강과 취미, 가족을 포함한 친구들과의 관계 등도 잘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만의 은퇴 설계 환경, 즉 한국형 은퇴 설계의 특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국 은퇴 설계의 특징은 3G
우선 첫 번째 큰 차이는 은퇴 설계의 대상 범위이다. 주요 선진국의 은퇴 설계는 부부 중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부부 중 어느 한 배우자가 먼저 사망할 경우 남은 배우자가 어떻게 혼자서 살아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의 은퇴 설계가 부부 중심의 1G(1 Generation) 설계여서 간단하다면, 우리나라의 은퇴 설계는 3G(3 Generations) 설계로 매우 복잡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특징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대 수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주된 직장에서 은퇴하는 연령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거나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된 직장에서 물러나는 나이가 53~54세로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무려 7~10년 이상 빨리 은퇴하고 있다. 내년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기 시작하지만 근로 기간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 60세 이상 가구의 자산을 보면 대부분 부동산 위주로 현금 유동성이 크게 부족한 '하우스 리치, 캐시 푸어(House rich, Cash poor)'인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2014년 통계청의 가계금융 복지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총자산은 3억3364만원으로 이 중 부동산이 2억2627만원으로 67.8%를 차지, 주요국 중에서 높은 수준이다. 40·50대에 그나마 모아놓았던 금융 자산을 자녀 교육 및 결혼 비용으로 거의 다 소진하고 집 한 채 달랑 남았다고 볼 수 있다.

◇노인 빈곤율 최고인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연금은 물론 노후 복지제도가 부족함에 따라 노인 빈곤율이 48%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도시 지역 저소득층 노인들은 폐지를 줍는다 해도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센터, 복지센터, 종교 공동체 등에서 도시락과 반찬 등을 날라다 주기도 하지만 가난 속에서 외롭게 생을 마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은퇴 설계 환경은 은퇴 설계에 부정적 측면이 많을 뿐 아니라 은퇴 설계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은퇴 설계가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거래 금융회사를 찾아가서 전문적 컨설팅을 받는 등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조선일보>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