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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비엔날레] "가족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모든 어머니를 위한 獻辭"

[한국 미술계 쾌거… 베네치아 '은사자상' 받은 임흥순 작가]

95분의 장편 영화 '위로공단'… 韓·동남아 女근로자 인터뷰

시적인 영상 속에 녹여내 "'시다'였던 어머니 삶이 영감"

"어제 저녁에 비엔날레 재단의 연락을 받았어요. 상 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해서 얼떨떨한데…. 영화 내용처럼 아시아와 한국의 노동 현실을 생각하면 즐겁지만은 않아요. 마음이 무겁습니다."

9일 오후(현지 시각) 제56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시상식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46)씨의 표정과 말투는 담담했다. "삶과 일터에서 신념을 가지고 살아오신 많은 여성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성들에게서 이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는 희망을 봤어요. 특히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의 경험을 통해 사회의 힘든 삶을 얘기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수상작 '위로공단(Factory Complex)'은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와 실험적 이미지를 넘나드는 95분짜리 장편 영화다. 1960~70년대 구로공단과 지금의 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 한국의 봉제공장과 콜센터, 마트 등에서 일하는 여성 65명을 인터뷰했고 화면엔 22명이 등장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미술 올림픽'인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초청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영화와 퍼포먼스를 적극 끌어들이는 최근 현대 미술계 흐름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누가 가장 기뻐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옆에 있던 기자가 "어머니?"라고 하자 "아, 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마지막에도 그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3년 전 대상포진으로 '감사하게도' 일을 그만두시게 됐어요. 섬유가 많고 환경이 좋지 않은 지하에서 일하시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늘 죄송스럽죠."

<조선일보> 허윤희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