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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시장 보며 옛 생각에 펑펑 울었죠”

파독 간호사 출신 작가 노은님 현대화랑 개인전

원로 화가 노은님(69)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작품과 작가는 한 몸이지요. 작정한다고 그림이 되는 게 아니라 그림이 저절로 나와야 해요. 붓이 말을 해요. 억지로 가면 안 된다고. 물감도 화를 내죠. 한 색이라도 잘 못 쓰면 안 된다고." 그녀는 어떻게 이런 경지에 올랐을까. 파란만장한 경험 때문일까.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이 땅을 떠나고 싶었던 그녀는 1970년 무작정 독일 행을 택했다.

그녀는 파독 간호사 중 한 명이었다. 함부르크 병원에서 몸집이 큰 중환자와 행려병자를 보살피는 간호보조원으로 3년 일했다. "고생이라고 느낄 틈이 없었어요. 닥치는 대로 부딪히고 해결해야 했죠. 몇 달 전 LA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잊었던 과거가 생각나 펑펑 울었어요."

고된 일이 끝나면 침대 맡에서 엽서를 따라 그리던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감기에 걸려 결근을 한 어느 날, 병원 간호장이 그의 집을 방문해 우연히 쌓여 있던 그림을 보게 된 것을 계기로 병원 한쪽에서 전시회를 열게 됐고, 27세의 나이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학에 진학해 미술에 눈을 떴다.

그녀는 혼자서 배우고, 느끼고 생각해야 했다. 그 결과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이 나왔다. 지난 3월 KBS 해외동포상을 수상한 그녀는 "내게 두 발이 있다면 이 세상 끝까지 가고 싶다. 내게 긴 두 팔이 있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을 안아주고 싶다"는 소감을 남겨 화제가 됐다. 이러한 그녀의 소감 때문인지 그녀가 독일에서 어떤 이념에도 물들지 않은 채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는 그림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또 앞으로도 이런 그림을 그려나 갈 그녀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매일경제> 이향휘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