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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민 스스로 만든다, 함께 사는 ‘행복마을’

경기도 양평군 용문역 앞 광장. 주부 10여 명이 4인용 식탁 30여 곳 사이를 부지런히 오갔다. 100여 명의 동네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하기 위해서다. 용문중·고교생 20여 명과 육군 20사단 장병 10여 명도 배식 봉사에 동참했다. 주부들이 4시간 동안 직접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식판에 담아주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연신 “고마워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식사가 끝나자 자원봉사자들은 설거지와 주변 정리를 하며 1시간 동안 또다시 구슬땀을 흘렸다.

양평군 양근리 지역아동센터. 자원봉사를 나온 지역주민 10여 명이 학생들에게 국어와 영어·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옆방에서는 일본어와 기타·미술 교실도 한창이다. 중2 남동생과 1년째 방과후 이곳에서 공부 중인 박민아(15·중3)양은 “동네 어르신들이 열심히 가르쳐주니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수업 후엔 집앞까지 차로 안전하게 데려다준다”고 반겼다. 자원봉사자 문명숙(68·여)씨는 “어린 학생들이 지식 못지않게 봉사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등 인성교육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양평군 주민들이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와 영세민 가정 청소년들을 위한 지역 공부방을 통해 ‘함께 사는 행복마을’을 가꿔가고 있다. 주민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참여해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이들 자원봉사는 이미 10년째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2006년 시작된 ‘사랑의 밥퍼’ 봉사는 매주 토요일 낮 12시 양평역과 용문역 앞에서 열린다. 정왕훈(53) 목사의 제안에 동네 주부들이 흔쾌히 동참하면서 시작된 이후 매주 50여 명씩 번갈아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연인원은 2500명을 넘는다. 그동안 12만 명이 혜택을 입었다. 최근엔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오는 노인도 늘었다. 중고생들도 종종 나와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벗이 돼준다.

주부들은 음식도 직접 정성스레 준비한다. 이날도 근대 된장국과 무절임, 배추김치를 준비해갔다. 급식봉사가 꾸준히 지속되면서 익명의 성금도 답지하고 관내 시민단체와 기업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지역 공부방인 ‘포도밭에 아이들’에선 지역주민들의 재능기부가 끊이질 않고 있다. 연간 3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월~토요일 저녁시간을 할애해 지역 영세민 자녀들을 무료로 가르친다. 저녁식사와 간식도 제공한다. 현재 100여 명의 초·중·고교생이 이곳에서 각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숨은 노력에 학생들의 발걸음도 늘고 있다. 현재 50여 명의 취약계층 학생들이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최연장자 자원봉사자로 9년째 활동 중인 임애자(72·여)씨는 초등학생들에게 국어와 스피치 교육을 하고 있다. 임씨는 “학생들이 발표력도 늘고 활달한 성격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선교 양평군수는 “주민들 스스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힘쓰는 만큼 군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전익진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