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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량은 '저지방 우유'… 영양가는 최고

소를 쉽게 잡아먹지 못했던 과거, 소뼈와 고기를 곤 국물은 보양식을 넘어 약(藥)으로 다뤄졌다. 호서대 식품영양학 관계자는 "조선시대에는 소고기를 곱게 다져서 중탕으로 끓인 국물을 '육즙'이라고 부르고 허약한 사람에게 먹였다"고 말했다.

설렁탕은 왕이 선농단에서 제사와 친경(親耕)을 지낸 뒤 소를 잡아 끓인 탕에서 비롯됐다는 유래가 전해지는데, 이때 설렁탕을 구경꾼 중에서 60세 이상 노인에게 나눠줬다는 기록이 있다. 설렁탕이 단순한 국이 아닌 영양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승정원일기'에는 '영조 임금이 담(痰) 때문에 현기증을 앓자 어의(御醫)가 사골을 처방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사골국은 단백질과 칼슘, 콜라겐 등 무기질이 풍부해 원기 회복에 효과적이고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사골에 들어 있는 양질 칼슘은 여성 골다공증이나 빈혈에 좋다. 마그네슘과 철, 황, 칼륨은 남성 스태미나를 높여준다. 콜라겐과 콘드로이틴은 뼈 성장, 골절 회복, 피부 탄력에 도움이 된다. 최근 숙명여대 '한우 뼈 부위별 국물의 건강 기능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히 우족과 꼬리 국물의 피부세포 증식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골 국물이 열량이 높다며 꺼리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사골국의 실제 열량은 저지방 우유 수준이다. 삼계탕이 1인분 기준 900㎉이지만, 꼬리곰탕 238㎉, 도가니탕 317㎉, 설렁탕 178㎉로 훨씬 낮다('칼로리수첩'〈우듬지〉 참고).

사골은 소의 다리뼈를 말한다. 앞 사골은 앞다리 뼈, 뒤 사골은 뒷다리 골반 밑부터 무릎뼈 위까지이다. 우족은 무릎 아래부터 발끝까지를 뜻한다. 자른 뼈의 단면과 골수 사이 붉은색 경계가 뚜렷하고 연골이 많이 남아있고 붉은색 얼룩이 선명해야 좋은 사골이다.

한우 사골은 발목이 외국산보다 가는 편이며, 골수가 선홍색으로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단단하다. 발톱 사이 황색 털이 약간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수입 사골은 발목이 굵고 발톱 사이 잔털도 완전히 제거돼 있다. 끓였을 때 뽀얗게 깊은 색이 우러나지 않고 노란 기름이 많이 뜨면 외국산일 가능성이 크다.

사골국 열량을 낮추려면 끓인 뒤 지방을 최대한 걷어낸다. 냉장고 등 찬 곳에 두면 지방이 둥둥 떠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사골에 있는 불순물을 없애려면 2시간 정도 물에 담가뒀다가 10분 데치면 된다.

아무리 사골국이 몸에 좋아도, 사골을 너무 많이 우려먹는 건 좋지 않다. 숙명여대 A교수는 "사골을 끓이는 횟수가 너무 많으면 몸에 이로운 성분보다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인 성분 함량이 높아질 수 있다"며 "보통 12시간 이내로 2~3회 정도만 우려먹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