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8108799&cloc=olink|article|default

아이디어·열정 있으면 OK…창업학교 문 활짝

경북 경산시 하양읍 경일대학교 연구개발(R&D) 센터 211호. 1년에 한 차례 있는 예비창업자 24명의 ‘창업학교’ 입학식이 열렸다. 재학 기간은 10개월. 중소기업청은 이들에게 각각 창업자금 4000만∼5000만원을 지원하며 변호사 등 멘토교수의 지도로 창업 활동을 돕는다. 입학 경쟁은 치열했다. 올해는 138명이 응모해 5.7대의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입학식은 예비창업자가 먼저 청렴한 기업가 실천을 약속한 뒤 경일대·창업진흥원과 협약서를 교환했다. 이어 우용한 경일대 창업지원단장이 검은색 창업 지침 가방을 하나씩 전달했다. 가방을 받아든 신입생은 7호관으로 이동했다. 예비창업자가 선망해온 전자카드와 사무실을 받기 위해서다. 모두 15㎡(4.5평) 크기의 분리된 사무실을 하나씩 배정받았다. 사무실을 둘러본 예비창업자 고혜진(23·여)씨는 “감격스럽다”며 “하루 빨리 부모님에게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고혜진씨는 입학하는 24명 중 유일한 학생이다. 현재 경일대 산업디자인전공 4학년이다. 그의 창업 아이템은 ‘시스템 블록’. 정형화된 건축용 블록에서 벗어나 블록에 반쪽 화분을 덧붙인 ‘화분벽돌’과 블록 한 면에 그림을 넣는 ‘액자벽돌’ 등이다. 인테리어용으로 개발해 시장 조사를 한 결과 긍정적이었다. 경영학을 공부하다 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꾼 동료와 함께 창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취업을 생각하며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인턴을 거쳤다”며 “학교에서 시제품을 만들 면서 오히려 창업 쪽에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취업에만 매달리기보다 창업으로 눈을 돌리니 또 다른 길이 있더라는 얘기다. 김석준(58)씨도 이날 입학했다. 그는 국내 대표적 자동차부품 회사인 만도기계의 전장부품 분야에서 30년 경험을 쌓았다. 그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인맥을 사장시키기 아까워 창업에 나섰다”며 “제대로 된 준비를 위해 창업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경일대에 들어온 예비창업자들은 지식서비스 분야 2곳을 빼고는 대부분 기계·전자·자동차 등 제조 분야였다. 여성은 3명이다. 이들은 앞으로 멘토 교수의 조언을 받으며 3D 프린터 등이 비치된 시제품 제작소에서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면서 창업을 설계한다. 이후 졸업을 앞둔 평가에서 ‘성공’으로 판정을 받으면 다시 마케팅 등 후속 지원을 받게 된다.

경일대 정현태 총장은 “앞으로 청년창업은 물론 베이비부머 세대의 장년 창업, 나아가 노년 창업까지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모두 이곳에서 열매를 맺게 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송의호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