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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이한용씨, 고졸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는 데 60여 년이 걸린 이가 있다. 2015년 제2회 고졸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인 이한용(77)씨다. 그에게 합격 소감을 묻자 “그 당시엔 연필 한 자루 구하는 것도 힘들었어. 고등학교 졸업장 따는 데 반백 년이 넘게 걸려 참 쑥스럽구먼”이라고 답했다.

1938년 제주도에서 태어난 이씨는 한국전쟁 중이던 52년 중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공부는 꿈도 못 꿨다. 그는 “당시 5년제였던 중학교도 월사금(월 수업료)을 제때 못 내 겨우 졸업했다 ”고 말했다.

학업을 접은 이씨는 밭일 등 집안일을 돕다 건설회사에 관리직으로 들어가 가족을 부양했다. 슬하에 아들 하나와 딸 셋을 뒀다. 그렇게 일가를 이뤘지만 공부에 대한 아쉬움을 계속 느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인생을 이렇게 허비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검정고시를 준비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시작한 공부는 쉽지 않았다. 수학과 화학 공부가 큰 장애물이었다. 이씨는 “우리 어릴 땐 집합이나 허수 개념을 배운 적이 없었다. 화학도 알파벳으로 돼 있어서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공부가 쉽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하니 너무 재밌어 새벽 2~3시를 넘기기 일쑤였어요. 떨어지면 창피할까봐 자식들에게도 말 안 하고 몰래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구요.”

마침내 이씨는 지난 5일 검정고시 합격기준점인 60점을 훌쩍 넘긴 73.42점으로 중학교 졸업 이후 63년 만에 고졸 자격을 얻었다.

이씨는 대학에 가는 것도 고민중이다. 그는 ＂14년 넘게 간병한 아내가 뇌출혈로 6년 전 세상을 떠났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돕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백민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