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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건강신호등 혈압

혈압은 계절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고혈압은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해 잘 발생한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혈압이 올라가는 이유는 기온이 떨어지면 교감신경계가 자극되고 피부 혈관이 수축하므로 심장은 더 큰 압력을 가해야 전신에 피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교차가 심해지는 9~10월과 3~4월에 뇌졸중 및 심장질환이 많이 발생한다. 몸의 생체리듬은 계절 변화에 적응하려면 보통 1~3주 걸리지만 혈압은 곧바로 반응하기 때문에 혈관이 터지거나 막히기 쉽다.

기상청에 따르면 8월 평균 기온은 22~30도지만 9월은 17~26도로 뚝 떨어진다. 정상 혈압을 보이는 사람도 기온이 1도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이 1.3㎜Hg 정도 올라가고 확장기 혈압은 0.6㎜Hg 정도 높아지게 된다. 즉, 기온이 10도만 내려가도 혈압은 13㎜Hg나 올라가게 된다.

그 동안 고혈압 진단 기준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별한 근거도 없이 진단 기준이 계속 낮아져 건강하고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든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오랫동안 160㎜Hg이었던 최고혈압(수축기) 기준이 2000년에는 140㎜Hg으로, 2008년 대사증후군 검진에서는 130㎜Hg까지 내려간 상태다. 글로벌 제약사의 농간(?)으로 머지않아 고혈압 기준이 130㎜Hg에서 120㎜Hg으로 내려갈 것이란 비아냥거림도 있다. WHO는 예산의 70%를 제약사 기부금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고혈압 환자는 1000만명(2013년 기준)을 넘어섰고,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총지출에서 약제비가 2조2250억원을 웃돌았다. 더구나 고혈압으로 인한 각종 혈액검사, 초음파, CT, MRI, 황반검사 등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약제비의 10배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어 고혈압 관련 의료비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고혈압은 혈액 양이 늘었거나 혈액이 혈관을 쉽게 통과하지 못해 발생한다. 몸 안에서 혈액의 양이 늘어나는 경우는 △살이 쪘을 때 △염분을 과도하게 섭취했을 때 △계단 오르기나 달리기 같은 힘든 운동을 할 때 등이다.

고혈압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고혈압 자체보다 뇌출혈, 심장병, 뇌경색증, 지주막하출혈, 신장병 등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고혈압 합병증은 우리나라 전체 사망 원인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고혈압은 무서운 병이지만 혈압약을 먹고 있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혈압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부작용으로 인해 또 다른 문제를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고혈압 합병증이 찾아오기 전에 혈압을 올리는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고혈압약은 죽을 때까지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한 혈압 조절로 혈압이 정상 범위에서 안정화되었다고 판단되면 혈압약 복용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혈압약 중단은 마음대로 끊지 말고 의사와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매일경제>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