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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초보지만 열정은 프로…

"의자에 등 대지 말고, 발은 바닥에 대자. 눈은 날 보고, 악기는 더 들어야지! 연주할 때 다른 파트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들어봐. 여유 있지만 자신감 있게 가자. 틀려도 좋아. 옳지!"

전북 무주군 설천면 '태권도원' 도약센터 3층 대강당. 지휘자 채은석 씨가 46명에 이르는 천안·청주 지역 청소년 단원을 가르치느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오는 11월 공연을 목표로 2박3일간 맹연습을 계획했다. 한화가 주최하고 한국메세나협회가 주관한 '2015 한화청소년오케스트라 캠프' 현장이다. '함께하는 음악'의 즐거움을 배워 가는 공동체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이곳에 모인 청소년 단원들은 이번 프로그램으로 악기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다. 실력보다는 의지가 확인되면 입단할 수 있게 했다. 악기를 선택할 때도 본인 의사를 최대한 존중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오보에 호른 등 각 파트별로 그동안 일주일에 2회 안팎 연습을 했다. 이번엔 모든 파트 악기가 한자리에 모여 합주연습을 하는 것이다. 시간적·공간적 제약상 합주 기회를 자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며 모두들 구슬땀을 흘렸다.

실력으로는 아직 미숙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프로 못지않다. 음악이 이들 삶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청주 중림초등학교 6학년 김수정 양은 클라리넷을 연주한다. 김양이 말했다. "원래 음악을 좋아했어요. 신나거나 기분 안 좋을 때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풀리거든요. 주변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거리가 많이 생겨서 좋아요."

단원들은 2박3일간 로시니 윌리엄텔 서곡, 차이콥스키 호두까기인형 중 꽃의 왈츠, 브람스 헝가리 무곡 등을 연습했다. 악기를 처음 잡는 단원들 수준에 맞춰 적당히 편곡한 노래들이다. 채은석 씨 지휘가 계속되자 연주 완성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채씨는 "아이들 스스로 잘 따라오지 못하는 친구를 몰래 가르쳐주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한다"며 "실력만 중시하는 일반 오케스트라와 달리 합주를 통해 서로 협력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들도 사명감을 갖고 있고, 그래서 저도 참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오케스트라 운영을 돕는 숨은 일꾼들도 많다. 단원 모집, 교육·일정 관리 등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음악총감독 김정선 씨를 비롯해 악기 파트별 강사, 코디네이터 등 스태프 10여 명이 발로 뛰고 있다. 김정선 씨는 "해마다 단원이 바뀌고, 단원들마다 수준 차이가 있어서 오케스트라 운영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합주 과정에서 아이들 표정 말투 정서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눈에 확 보이기 때문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아이들이 각자 원하는 취미나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고 귀띔했다.

<매일경제> 무주=이기창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