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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먼지 독성물질, 한국 `최악 수준`

TV·오디오·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집먼지에 발달장애, 불임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물질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특히 온돌 문화에다 전자제품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집먼지에 포함된 독성물질 양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심각하게 많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연구팀과 미국 뉴욕주립대, 일본 구마모토대, 베트남 하노이국립대 등 8개국 국제 공동연구진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인도 등 12개 국가 집먼지 속에 포함된 독성물질 '테트라브롬비스페놀A(TBBPA)'와 '비스페놀계 화학물질' 양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집먼지에 포함된 TBBPA 양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 비스페놀계 화학물질은 네 번째로 많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최근 발간한 국제 학술지인 '인바이어런멘털 리서치(Environmental Research)' 10월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 12개 국가 주요 도시 일반 가정집에서 수집한 집먼지 샘플을 분석했다. 샘플은 주로 각국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 아파트, 단독주택 등에서 채취했다. 한국은 서울, 안산, 안양 등에 위치한 가정집을 대상으로 했다. 미국은 뉴욕·올버니, 사우디아라비아는 제다, 베트남 하노이, 일본 후쿠오카와 나가사키, 중국 상하이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조사 결과 한국 집먼지 1g에는 TBBPA가 84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이 포함돼 조사 지역 중 일본(140ng)에 이어 두 번째로 양이 많았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3국 집먼지에 포함된 TBBPA는 나머지 국가와 비교했을 때 최소 10배, 최대 100배나 많았다. 비스페놀계 화학물질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한국 집먼지 1g에는 1600ng 비스페놀계 화합물이 포함돼 그리스와 일본, 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 집먼지 속 독성물질 양이 이처럼 많은 이유로 연구진은 전자기기 사용량이 많고 난방을 위해 바닥을 데우는 온돌문화식 주거환경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바닥을 따뜻하게 하면 구석에 있던 집먼지들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갈 확률도 높아진다.

특히 집먼지는 성인보다 영유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살 이하 영유아의 집먼지 흡입량이 성인보다 두 배가량 더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하루 평균 20㎎의 집먼지에 노출된다. 최대 50㎎을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흡입하는데 바닥을 기어다니거나 수시로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 영유아는 하루 평균 50㎎, 최대 200㎎의 집먼지를 흡입한다.

연구진은 어렸을 때 TBBPA와 비스페놀계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발달장애, 성조숙증과 같은 질병을 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만큼 여러 질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매일경제> 원호섭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