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donga.com/3/all/20151105/74605222/1

한때 자살시도 소녀, 아픔 딛고 美 유명 경영대 유학 꿈꾸다

“면도칼로 손목을 그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두려움이 생겨 자살 시도는 포기했어요. 항상 머리가 아프고 소화도 안 되고 매일 악몽에 시달리다가 깼죠. 살아도 사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부산 북구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인 ‘꿈드림’ 사무실에서 만난 유세비가 양(18)은 톡 튀어나온 이마와 꽉 다문 입매가 야무져 보였다. 또 언뜻 보기엔 모범생 같았고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아 자란 듯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사연은 처절했다.

유 양이 태어난 지 2년도 되지 않았을 때 부모가 이혼했다.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늘 빈곤에 시달렸다. 엄마는 항상 아버지를 원망했고, 그 화살은 유 양을 향했다. “너 때문에 재혼도 못했고 여성으로 아무것도 못 누렸다”는 어머니의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유 양이 학교를 그만둔 것은 중학교 2학년을 마친 후였다. 일진 친구와 다툰 뒤 ‘남자관계가 문란하다’ 등의 전혀 사실이 아닌 나쁜 소문이 돌았다. 종합검진을 받아야 할 정도로 온몸이 아팠고, 자살까지 시도했다. 그렇게 유 양은 학교를 떠났다.

하지만 5월 말 유 양은 분리수거를 하다가 우연히 쓰레기통에서 ‘꿈드림’ 관련 책자를 봤다고 한다. 꿈드림은 여성가족부 학교밖청소년지원과에서 관리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로, 학교를 그만둔 학생의 학업 복귀와 사회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한다.

“책자를 보는 순간 나를 괴롭힌 친구들에게 잘사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에 갇혀 있는 너희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겠다고 다짐했죠.”

유 양은 학교를 그만둔 후 혼자서 고입, 대입 검정고시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해 제대로 공부를 못했다. 이후 도서관에서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했다. 수학과 과학, 영어를 중점적으로 했다. 틈틈이 책도 많이 읽었다. 특히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성공한 사람들이 쓴 자기계발서를 좋아했다. 그리고 8월 대입 검정고시를 봤고 평균 96.71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통과했다.

“수학 85점, 과학 96점, 그리고 영어를 포함한 나머지 과목은 모두 100점이었어요. 수학은 중학교 때 10점 내외를 받았을 정도로 못했는데. 눈물이 났어요. 스스로에게 칭찬을 건넸죠. ‘정말 수고했어. 역시 넌 노력하면 되는 아이야’라고.”

현재 유 양의 최종 꿈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비정부기구(NGO)를 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10년, 20년 후의 장기 목표와 매년 세부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2016년 말까지 이뤄야 할 첫 번째 목표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국내 여행 가이드가 되는 것. 이를 위해 먼저 토익 760점 이상, 관광통역안내사 및 국내여행안내사 자격시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통과하겠다고 했다.

<동아일보> 부산=이지은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