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joins.com/article/19304378

전신 70% 화상 환자 일으켜준 ‘생명의 손길’

지난 6월 전북 완주군에 있는 지인의 시골집 마당에서 쓰레기를 태우던 유선희(가명·48)씨 몸에 불이 붙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놀란 지인이 급한 대로 유씨 몸에 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곧이어 도착한 119 구급대가 유씨를 전북대병원으로 싣고 갔다. 이 사고로 그는 양손과 얼굴, 목 등 곳곳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유씨는 “살아난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유씨의 현재 주치의인 이종욱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전신 70%에 걸쳐 화상을 입은 중환자였다. 치사율이 70%에 이르는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반년가량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유씨는 다섯 차례의 피부이식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고 있는 생명의 손길 사업을 통해서다. 생명의 손길이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암 등 중증질환이나 제1형 당뇨 같은 희귀난치성질환을 앓는 최저생계비 200% 이하 저소득층을 우선 지원하는 재난적 의료지원 사업이다. 공동모금회 콜센터(080-890-1212),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1577-1000)에 신청하면 건강보험공단이 심사해 대상자를 정한다. 지원금은 1인당 최대 2000만원까지다.

유씨는 병원 사회사업팀을 통해 이 사업을 소개받았고, 1500만원가량을 지원받았다. 자신의 사연이 소개된 라디오방송을 통해서도 1400여만원을 후원받았다. 그는 “생명의 손길 등의 도움이 없었다면 한 번에 1000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30대에 남편과 사별한 뒤 전주에서 홀로 1남1녀를 키워왔다. 남편은 화물차 정비 업소를 운영하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수천만원에 달하던 남편 빚이 유씨에게 돌아왔다. 그는 “빚을 떠안고 식당과 공장 등을 오가며 근근이 생계를 꾸려갔지만 집마저 경매로 넘어가고 빚에 쪼들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년 전에는 유방암까지 찾아왔다”고 말했다. 유방암 투병을 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돼 매달 생계·주거비로 월 45만원 안팎의 돈을 지원받아 생활했다. 수술 후 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대형마트에서 계산직(캐셔)으로 일을 했으나 화상을 입으면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여러 차례 추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 유씨는 “생명의 손길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이만큼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며 “더할 수 없이 고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황수연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