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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멋으로 세계를 유혹하다

전북 전주(全州)는 맛과 멋의 고장이다. 예향(藝鄕) 전주의 구성진 소리와 춤사위는 한국인의 흥을 녹여낸다. 울긋불긋 온갖 나물과 황포묵이 올라간 비빔밥, '한상 떡 벌어지게 차려냈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한정식은 전주의 트레이드 마크다.

전주는 요즘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이 있는 프랑스 파리 근교 베르사유와 부르고뉴 와인의 본거지 디종이 최근 나란히 자매결연하자고 제안해왔다. 올해 전주를 찾은 외국의 장관·대사, 유명 예술인만 200명을 헤아린다. 이 중 모로코 문화부 장관 일행은 지난 10월 4박 5일간 머물며 전주의 멋과 맛에 흠뻑 빠졌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2017년 U-20 월드컵 개막전을 전주에서 치른다.

◇'문화특별시'
전주를 찾는 외국 손님과 국내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풍남동 한옥마을이다. 경기전 앞을 지나는 태조(이성계)로를 중심으로 한옥 600여 채가 다소곳하게 내려앉았다. 슬럼화하던 구도심 지역은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생기를 되찾고 있다. 2001년 50곳에 불과하던 한옥마을 상가는 올해 506곳으로 10배가 됐다. 민박집 등 숙박업소가 159곳에 이른다. 주말이면 방문객이 밀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룬다. 연간 방문객 600만명 돌파가 눈앞이다.

이미 세계적 명소가 된 한옥마을에다 전주의 소리와 춤, 술과 음식, 한지, 전통 가구, 옻칠, 우산 단청, 바느질 같은 문화 자산(資産)이 스토리를 덧씌운다. 전주는 '문화 부자(富者) 도시'다. 전주에는 정부와 전북도가 지정한 무형문화재 보유자만 40명이 있다. 이들이 솜씨를 뽐내고, 가르치며, 산업화할 공간이 지난해 한옥마을 곁에 문을 열었다. 국립무형유산원(서학동)과 한국전통문화전당(경원동)이다. 한옥마을에선 방문객들이 공연도 감상하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다.

전주는 이제 '호남제일문'인 풍남문과 한옥마을, 전라 감영(중앙동)에다 전통시장의 넉넉한 인심까지 얹어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가장 한국다운 도시, '문화특별시'를 꿈꾼다.

◇'한식(韓食) 수도'
전주는 2012년 '유네스코 음식 창의 도시'로 지정된 한식의 본고장이다. 비빔밥과 한정식, 콩나물국밥만 있는 게 아니다. 푸짐한 안주를 곁들인 막걸리와 모주도 미식가와 애주가들을 불러 모은다. 황태·갑오징어·달걀부침 등 맛깔스러운 안주를 싼값에 즐길 수 있는 가맥집(가게 맥주집)은 이미 전국적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지난 8월 첫 '전주가맥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전주시는 송천동에 시범 직매장을 내면서 '전주 푸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고창·무주·부안·완주·임실·장수·진안 등 전북 일곱 군(郡)의 특산물과 먹을거리를 전주 시민 밥상에 올린다는 것으로, 로컬(local) 푸드의 유통망을 광역화하는 작업이다. 고창 복분자, 무주 머루·천마, 임실 치즈, 장수 사과, 부안의 풍부한 수산물이 전주의 정갈한 음식솜씨와 어우러지게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전주=김창곤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