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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돈 줄게, 월급 다오…꼬박꼬박 받는 '연금화'
‘60세 남성이 1억원을 금융회사에 맡기면 사망할 때까지 매달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생애재무설계 강의를 할 때 수강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선뜻 대답하는 경우는 드물다. 잠시 머뭇거리다 “30만원?” “50만원?” 조심스런 예측이 이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공시이율이 바뀌면 매달 받는 금액이 달라지고 금융회사별로 약간씩 차이도 나기 때문에 딱 꼬집어 얼마라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최근 공시이율을 적용하면 40만원 안팎이다. 금융회사들이 반드시 보장하는 최저보증이율로 따지면 30만원대 초반이다.
이런 상품을 ‘일시납 연금’이라고 부른다. 목돈을 한 번에 넣고 연금을 받는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목돈을 넣고 바로 연금을 받을 수 있어서 즉시 연금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목돈을 넣고 몇 년간 굴린 뒤에 연금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시납 연금이란 말이 더 적합하다.
당장 이 상품을 활용하려는 사람이라면 어느 회사의 공시이율과 최저보증이율이 유리한지 따져보는 게 우선이다. 그게 아니라면 생애재무설계에서 중요한 개념인 연금화(annuitization)의 수단 중 하나가 일시납 연금이란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 연금화는 노후 자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종신연금 등으로 바꿔 매월 꼬박꼬박 생활비를 조달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그런데 생애재무설계 강의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연금이라고 하면 매달 얼마씩 돈을 넣어 55세 이후에 다달이 돈을 받는 상품을 떠올린다. 적립식 연금만을 생각한다는 얘기다.
연금화는 특정 금융회사 적립식 연금에 장기간 돈이 묶이는 대신 자신이 자유롭게 투자 대상을 선택해서 돈을 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짭짤한 수익률을 올리고 나서 자신이 원하는 때, 원하는 금액을 연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갈수록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지금보다 10년, 20년 뒤에는 같은 돈을 금융회사에 맡겨도 연금으로 받는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적립식 연금에 들 경우 노후 자금이라는 꼬리표를 미리 붙여두는 효과도 포기해야 한다. 연금화 활용은 이런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생애재무설계에서 연금화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먼저 생애재무설계 방법에 따라 재무목표를 정리해야 한다. 자신과 가족의 재무목표 중 하나로 희망 노후 생활자금(은퇴시기 포함)을 정하고 나면,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nps.or.kr)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에서 자신과 가족의 연금 준비 상황을 조회하자. 준비 상황이 자신이 희망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족한 것을 채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적립식 연금을 시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중에 자산의 일부를 연금화하는 것이다. 금융자산이 아니라 주택이라면 주택연금으로 연금화할 수도 있다.
<한국경제>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