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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도 국적도 불문, '핫'한 식당만 모았죠"

서울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경리단으로 내려오는 비탈길 왼편에 최근 문을 연 '스핀들 마켓'은 국적도 메뉴도 불분명한 식당이다. 수시로 바뀌는 팝업 레스토랑 11개가 한꺼번에 입점해 양념 통닭에서 수제 햄버거까지 다양한 메뉴를 팔고 있다.

백화점 푸드코트에서나 볼 법한 이 식당을 만든 사람은 이 동네 터줏대감 장진우(30)씨다. 그는 스물다섯 살 되던 해에 "친구들 불러 밥이나 먹을 요량으로" 간판도 없는 밥집을 열었다가 5년 만에 카페에 포장마차까지 11개 브랜드 20개나 되는 식당을 진두지휘하는 사장님이 됐다. 그 덕에 이 동네도 유명세를 탔다.

앨범 재킷 사진 등을 찍으며 경리단 비탈길에 방을 얻어 살던 그가 주차장 딸린 낡고 좁은 상가 한 칸을 임대한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식당이 아니라 주차장이 필요해서였다. 경리단길 주차난은 지금도 고약하다. "한 달에 내는 불법 주차 벌금이 상가 임대료보다 많더라고요." 일단 가게가 생기니 뭘 할지 고민이었다. 그러다 거대한 식탁 하나만 딱 들여놓고 시작한 게 '장진우 식당'이다.

국악 전공하던 대학 시절 서울 논현역 앞 인력사무소에 다니며 배운 막노동 솜씨로 실내를 직접 수리하고, 자취하며 익힌 요리 솜씨로 손님들을 맞았다. 막노동에 야간업소 피리 연주까지 하며 모은 돈으로 뻔질나게 유럽으로 여행 다니며 익힌 감각은 가게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와 총각의 손맛에 손님들은 열광했다. 파스타, 커리에서 된장찌개까지 그날그날 재료에 따라 만든 음식이 소문나면서 대기업 CEO와 연예인들도 드나들기 시작했다. 요즘엔 호텔 식당 컨설팅도 하고, '장진우 학교'를 만들어 예비 창업자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벌써 100여명의 제자(?)가 탄생했다. 가장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세금 내는 법과 노동법 관련 지식들이다. 그는 "식당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세금·법률 지식도 없이 창업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며 "나중에 비용 처리하려면 시장에서 양파 하나를 사도 영수증을 받아놓는 것까지 가르친다"고 했다.

최근 자전 에세이 '장진우식당'(에이트 포인트)을 낸 그는 "10년 전 일본 여행 갔을 때 TV에서 '먹방' '쿡방' 엄청 나왔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게 장기 불황의 전조였던 것 같다"며 "우리도 비슷한 길을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속 깊은 청년이었다

<조선일보> 신동흔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