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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5분내로 후다닥 큰일납니다…당뇨 위험 2배로

복부비만, 즉 뱃살의 주범은 나쁜 식습관이다. 식습관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폭식이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시간이 너무 짧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사시간이 5분 미만은 7%, 5~10분은 44.4%, 10~15분은 36.2%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꼴로 15분 안에 후딱 먹어치운 셈이다. 게 눈 감추듯 밥을 먹는다는 얘기다.

폭식하는 것은 입안에서 제대로 씹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한 숟갈로 많은 음식을 떠서 입안 가득히 넣고 몇 번 우물우물하다 삼키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음식물은 20~30회 오래 씹어야 잘게 부서지면서 침 속 소화효소가 골고루 닿을 수 있는데, 이렇게 대충 씹은 상태의 많은 음식물이 한꺼번에 위로 내려가면 위에 큰 무리가 가게 된다. 음식물이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위점막이 위산에 더 많이 노출되며 소화 기능이 저하돼 소화불량, 복통, 속쓰림 등의 증상이 생기고 장기간 이어지는 불량한 식습관으로 인해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의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음식을 급하게 먹으면 식후 역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5분 내로 식사했을 때 30분 내에 식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역류 증상이 나타난다. 잘 씹지 않고 빨리 음식물을 섭취하면 많은 공기를 음식물과 함께 삼키게 되고 위는 급속도로 팽창하게 된다. 이때 위는 압력을 낮추기 위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위산이 함께 역류해 식도 점막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킨다.

폭식과 비만 간 인과관계는 의학적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식욕은 호르몬 분비에 따라 조절된다.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과 반대로 자극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대표적이다.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은 음식을 충분히 먹었다는 신호를 뇌로 보내 먹는 행동을 멈추게 한다. 반면 그렐린은 위가 비었을 때 뇌에 공복감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최영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렙틴은 식사를 시작한 지 최소 15분이 지나야 분비되며 음식을 천천히 잘게 씹어 먹을수록 잘 분비된다. 그런데 식사가 15분 전에 끝나면 식욕억제 호르몬이 작용하지 않아 포만감을 덜 느끼게 돼 과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식사시간이 5분 이내인 사람은 15분 이상인 사람보다 비만 위험은 3배, 당뇨병은 2배, 고지혈증 위험은 1.8배, 지방간 위험은 23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올바른 식습관은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의성(醫聖)으로 추앙받는 히포크라테스는 "음식물로 고치지 못하는 질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고 말했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매일경제> 이병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