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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주꾸미 봄 別味 맛보기 힘드네

봄이 되면 주황색 알이 꽉 들어차는 꽃게, 쑥과 함께 식탁을 향긋하게 만드는 봄도다리, '주꾸미 밥'이라고 불리는 알이 꽉 차 있는 봄 주꾸미. 모두 봄이 왔음을 알리는 바다의 봄 전령사들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봄 제철 수산물을 식탁에서 보기가 어려워졌다. 불법 남획, 이상기온, 조업 부진이라는 삼중고에 부딪혀 제철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어획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제철을 맞은 꽃게의 가격이 급격히 오른 것은 올 들어 꽃게 어획량이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일주일간 잡힌 꽃게 물량은 8만2101㎏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2만1587㎏에 비해 84%가량 줄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꽃게 자원량, 유생 분포밀도, 척당 어획량, 수온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올해 꽃게 어획량이 지난해보다 최소 10%에서 최대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처럼 어획량이 급감한 것은 꽃게만이 아니다. '봄도다리·가을전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봄의 대표적인 생선인 도다리는 대형마트 측에서 제철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물량이 크게 줄었다.

주꾸미 물량도 대폭 줄었다. 주꾸미는 3~4월 산란기를 앞두고 움직임이 많고, 먹이 활동이 활발해 살이 올라 맛이 좋기 때문에 '봄 낙지'라 불릴 만큼 대표적인 봄 수산물이다. 이 시기에 잡히는 주꾸미는 '주꾸미 밥'으로도 불리며 봄철 별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 주꾸미 어획량은 7만1333㎏으로 지난해 11만2863㎏보다 37% 감소했고, 1㎏ 평균 가격은 3만246원으로 지난해 2만5253원보다 20% 올랐다.

봄 제철 생선 물량이 이처럼 크게 줄어든 것은 불법 남획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암꽃게 철만 되면 서해에서는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인천 해경이 꽃게철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 증가에 대비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 50t급 경비정과 특공대를 전진 배치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의 불법 조업 어선은 지난달 하루 평균 70여 척이 출몰해 전달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

주꾸미는 최근 몇 년간 인조 미끼인 '루어'로 주꾸미를 낚는 배낚시가 서해안에서 성행하면서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수온도 어획량 감소의 주요인이다. 서해 수온이 상승해야 연안 쪽으로 와서 알을 낳는데 냉수대가 형성돼 아직까지 물량이 잡히지 않는 것이다. 국내 A마트 관계자는 "3년 전부터 꽃게 방류 등 대규모 방류 사업 중단, 중국 어선의 불법 어획 심화, 어획 기술 발달 등 영향으로 꽃게 개체 수가 줄어든 데다 올해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조업 활동이 위축돼 제철 수산물 물량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조성호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