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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got the job"이라니, 기적 같았죠

스물셋 젊은 나이에 벌써 세 번째 '직장'을 갖게 된 남자가 여기 있다. 오보에 연주자 함경(23). 오는 8월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에 입단해 제2오보에와 잉글리시 호른을 맡는다. 1880년 창설된 RCO는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명문 악단, 게다가 한국인 관악 주자로는 처음이어서 의미가 크다. 19일 저녁 만난 함경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쑥스러워했다. 백팩을 멘 모습이 영락없는 대학생이었다.

2005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함경은 2013년 스위스 무리 국제 바순·오보에 콩쿠르에서 1위를 거머쥐며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스무 살 때인 2013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운영하는 인턴십 프로그램 '카라얀 아카데미'에 뽑혀 2년여간 사이먼 래틀,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 명(名)지휘자들이 이끄는 베를린 필과 함께 연주했다. 지난해 이반 피셔가 이끄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잉글리시 호른 수석을 지냈고, 올 들어 1월부턴 독일 명문 오페라극장인 하노버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에서 수석 오보이스트로 활동했다.

"RCO는 감히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못할 만큼 위상 높은 오케스트라였어요. 네덜란드 오케스트라는 유럽인이 아니면 지원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전임자가 중간에 그만두거나 은퇴하지 않는 이상 길게는 20년씩 자리 나기만 기다려야 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지난해 12월 기적처럼 오디션 공고가 떴어요. 42년간 재직한 얀 쿠벤호펜의 후임을 뽑는 거였죠."

RCO 단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트라빈스키의 '오르페우스'를 연주하라는 주문이 떨어졌다. "제1오보에 주자와 같이 불어보라고 시킨 점이 특이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두 대의 오보에가 대화하는 곡인데 세컨드가 이끌 때도 많고 선율도 아예 달라요. 서로 잘 섞이는지 파악하려고 그랬던 것 같아요. 세컨드 혼자 아무리 잘해도 퍼스트와 어울리지 않으면 그 소리는 절대 아름다울 수 없으니까." 20분쯤 기다렸을까. RCO 매니저가 대기실로 올라와 "You got the job(입단 확정이야)"이라 말하는 순간 함경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지휘 최수열)과 슈트라우스 오보에 협주곡을 협연하며 '2016 교향악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원래 저는 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닮고 싶은 음악가도 한번 반짝하고 사라지는 사람이 아니라 세월과 어우러져서 본인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면 무한 리스펙트(존경). 열정이 있으면 실력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조선일보> 김경은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