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joins.com/article/20256155

분실·피싱 피해, 금융사도 일부 배상 책임

2013년 A씨가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공인인증서 갱신이 필요하다’는 알림창이 떴다. A씨는 아무 의심 없이 사이트 안내에 따라 개인정보와 보안카드번호, 비밀번호를 순서대로 입력했다. 이후 ‘피싱 사이트(가짜 은행 홈페이지)’ 사기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안 A씨는 은행에 신고했지만 돈을 되찾지 못했다. A씨 계좌에서 이미 3000만원이 빠져나간 뒤였다. 은행은 약관을 들어 “위장 사이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A씨 과실”이라며 손해배상을 거부했다. A씨는 결국 은행을 상대로 한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사기나 분실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적발했다. ‘회원(고객)은 인증 수단의 관리 소홀이나 누설에 따른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는 유형의 약관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이를 비롯해 29개 종류의 금융사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라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요청했다.

공정위는 각종 분실·도난사고가 났을 때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서면으로 신고하라’ ‘인감과 통장을 지참해 본점 또는 지점을 방문하라’는 은행과 저축은행의 조항도 불공정 약관으로 보고 시정 요청을 했다.

또 공정위는 양도성예금(CD) 만기일 이후 기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은행 규정도 고치라고 금융위에 요구했다. 앞으로 은행은 일반 거치식 예금처럼 만기 이후 양도성예금에도 소정의 이자를 얹어 줘야 한다. 같은 날짜에 여러 종류의 대출 원리금 상환이 걸려 있을 때 돈을 빼가는 순서는 현재 은행이 정하고 있는데 공정위는 이 역시 불공정 약관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대출 원리금 상환 순서는 고객이 결정하게 하거나 법에 따라 정하도록 금융 당국에 약관 수정을 요청했다.


<중앙일보> 조현숙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