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chosun.com/national/people/2021/11/18/VY7TVPDIQFFYZEIWMFTZ4O3NEY/
“우리도 자유·인권 다룬 국제영화제 하나쯤 있어야죠”
“세상 어느 한구석에 이런 영화제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소박한 꿈이 현실이 됐다. 평범하고 소박한 개인들이 외치는 소중한 진실의 목소리를 받아 안은 것만으로도
내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자유(Liberty)와 인권(Human
Rights)을 다룬 제1회 리버티국제영화제가 22~27일
서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덕영(56)
감독은 “지자체 예산은 한 푼도 받지 않고 시민들이 1만~2만원씩 낸 성금으로 만든 영화제인데 50여국에서 360여 편이 출품됐다”며
“‘Seoul’ ‘Korea’라는 단어만으로도 신뢰받고 관심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자유와
인권을 전면에 내건 국제영화제가 많지 않다는 점도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주목받은 배경”이라고 말했다. 김덕영 감독은 1950년대 동유럽으로 보내진 북한 전쟁 고아 5000여 명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김일성의 아이들’로 유명하다.
제1회 리버티국제영화제는 중국 당국의 압제에 맞서 홍콩 민주화 투쟁
과정을 기록한 영화,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청년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코로나 사태가 빈민층에게 끼친 영향을 살핀 인도 영화 등 20편을
상영한다. 김 감독은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미얀마 다큐 ‘천사들의
보랏빛 타나카’(감독 보릿 야닉)를 꼽았다.
“본선 진출작으로 선정한 뒤 감독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그 다큐에 내 아들(24)이 등장한다. 거리에서 데모를 하느라 벌써 몇 달째 얼굴을 보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 아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으로 촬영했다. 여러 국제영화제에 출품했지만
받아준 곳이 없었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려는 목소리를 들어줘서 감사하다’고 적혀 있었다.”
.
김덕영 감독은 “내가 리버티국제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1년 넘게 애쓴 것도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제 선정 기준은
배우나 감독의 지명도도 완성도도 아니고 순수한 정신”이라고 했다.
“K팝과 영화, 드라마 등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그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나라를 외세에 잃어버리고 독립을
위해 투쟁했으며 공산주의와의 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이제는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에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담은 국제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어 큰 영광이다.”
리버티국제영화제가 예산을 받기 위해 지자체 근처를 기웃거리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애초부터 돈을 중심으로 사고를 했다면, 이런 멋진 국제영화제 개최는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소재로 삼은 영화들을 더 많이 발굴하면서
세계가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는 가치를 전파하도록 노력하겠다.”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