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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이 폐암·후두암·구강암 원인" 첫 과학적 입증
흡연이 폐암·후두암·구강암 등의 원인이라는 점이 과학적으로 처음 입증됐다. 사람이 담배 연기를 들이마신 뒤 이 연기가 닿고 지나가는 곳에서만 독특한 형태의 유전자(DNA)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흡연량과 암 발생의 상관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역학 조사로 흡연의 유해성을 입증해왔지만, 이번에는 담배가 암 발생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을 비롯한 미국·영국·일본·벨기에 국제 공동연구진은 "암 환자 5243명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담배 연기 속 유해 물질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이 생긴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폐암·후두암·구강암·방광암·간암 등 17가지 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떼어내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뒤 각각 비교했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유전자 염기서열은 모두 같다. 하지만 주변 환경과 흡연·음주 등 생활습관, 스트레스, 질병으로 인해 염기서열 일부가 바뀌는 돌연변이 세포가 생긴다. 이 돌연변이 중 일부가 암세포를 만들어낸다.
분석 결과 흡연을 한 암환자들의 암세포에서는 독특한 형태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대거 발견됐다. 유전자는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이라는 4가지 염기가 이어져 있는데 흡연을 한 암 환자의 유전자에서는 C가 A로 바뀐 것이 많았다. 특히 이 돌연변이는 구강·후두·폐 등 들이마신 담배 연기가 지나가는 곳에서만 나타났고 방광이나 위·신장·췌장·자궁 등 담배 연기가 닿지 않는 곳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 흡연량이 많은 환자일수록 이 돌연변이가 많았고 같은 폐암 환자라도 흡연 경험이 없으면 돌연변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공동연구팀은 향후 흡연이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담배 연기가 지나가지 않는 곳에 발생하는 암 발생 비율도 월등히 높다"면서 "이 원인을 찾으면 담배의 유해 물질이 몸속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박건형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