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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주]  “서울대 교수·학생들이 과외 봉사”…폐교 위기 평창 초등교 살아났다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신리초등학교 옆 텃밭. 이 학교 4~6학년 학생 20명이 직접 심은 고구마를 수확하기 위해 호미로 땅을 파고 있었다. 땅속에 숨어 있던 어른 팔뚝만 한 고구마가 속살을 드러내자 학생들은 “우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일부 학생들은 교사와 함께 고구마 밭 옆에 심어놓은 땅콩도 수확했다. 교사 이희정(44·여)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 아이들이 없어 폐교 이야기까지 나왔다”며 “인근 서울대 평창캠퍼스가 들어선 뒤 학교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전교생이 500명에 달했던 이 학교는 2007년 전교생이 15명까지 줄며 폐교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인근에 서울대 평창캠퍼스가 들어서면서 확 달라졌다. 평창캠퍼스에는 연구원과 교원 등 총 335명이 근무하는데, 이들의 자녀가 잇따라 전학을 오면서 현재 전교생이 45명까지 늘었다. 자녀 교육을 위해 규모가 큰 학교로 아이들을 보내던 지역 학부모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올 들어서만 6명이 이 학교로 전학을 왔다.

이 교사는 “방학이면 서울대 학생들이 학교를 찾아와 공부를 돕는 것도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국제자원봉사동아리’ 학생 10여 명은 2014년 겨울부터 방학 때마다 학교를 찾아 영어·과학·수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방과후학교 등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해 학교에서 태권도와 스키·스케이트·생존수영을 비롯해 바이올린·오카리나·우쿨렐레·한국무용·마술 등을 배울 수 있다. 사교육이 따로 필요 없는 셈이다. 학부모 부담도 없다.

지난 6월엔 서울대 성악과 교수와 학생들이 학교를 찾아 아이들에게 합창을 가르친 뒤 합동 공연을 하기도 했다. 당시 학교에서 열린 공연엔 지역 주민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공연에서 성악과 학생들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와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불렀고, 학생들은 ‘네잎클로버’를 선보였다.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현희(47·여)씨는 “아이가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걸 보니 좋다”며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해 딸아이가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매년 11월 직접 재배한 배추로 김장을 해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에게 선물도 한다. 올해도 12월 11일에 김장이 예정돼 있다. 3년 전 전학 온 6학년 배주은(12)양은 “전 학교에선 1년에 1~2차례 체험학습을 다녔는데, 평창에 온 뒤론 셀 수 없을 정도로 체험학습을 많이 해서 무척 재미있다”고 했다. 김근홍 교장은 “학생 수 증가로 교육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서울대와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박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