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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주] 아련한 추억 떠오르는 만남과 이별의 장소

한국관광공사, 12월 여행지로 간이역 추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는 12월, 만남과 이별의 장소 기차역으로 간다. 한국관광공사는 12월 추천 여행지로 간이역을 선정했다. 간이역은 역장을 배치하지 않는 역을 통칭한다. 한때의 영화(榮華)와 북적임이 사라진 조용한 공간이다.

기차는 어김없이 역에 도착한다. 빠르든 늦든 첫사랑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러나 첫사랑도 기차도 때가 되면 속절없이 떠나간다. 양평 구둔역 구 역사는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 장소. 국민 첫사랑 수지가 철로를 걸으며 풋풋하게 사랑을 키우던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기차와 역도 때로 이별한다. 1940년 문을 연 이곳은 중앙선 노선이 변경되면서 2012년 폐역 절차를 밟았다. 구둔역 역사와 광장, 철로, 승강장은 등록문화재 296호로 지정됐다. 삐걱거리는 대합실 문을 열고 들어가 승강장과 철길을 서성여 본다. 승강장으로 나가면 오래된 나무에는 잎 대신 소원을 적은 쪽지가 달렸다. 젊은 연인들은 철로를 따라 걸으며 손을 맞잡을 것이다. 문의 양평군청 관광진흥과 (031)770-2490

그때 그 모습을 만나러 논산 연산역으로 떠난다. 상·하행을 더해서 하루에 정차하는 기차는 10대. 승객이 별로 없어 연산역의 시간은 느긋하게 흐른다. 이곳에 충남 유일의 증기기관차 급수탑이 남아 있다. 1911년 호남선 대전~강경 구간이 개통하면서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세운 급수탑이다. 급수탑은 증기기관차가 디젤기관차로 대체된 1970년대까지 쓰였다. 다른 지역 급수탑은 보통 콘크리트로 만든 데 반해, 1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연산역 급수탑은 화강암을 쌓고 철제 물탱크를 얹었다는 차이가 있다. 이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수증기를 내뿜으며 달렸던 철마가 남긴 흔적이다. 연산역에서는 사전 예약을 하면 급수탑 견학, 전호(깃발 신호) 체험, 기관사 체험, 선로 전환기 체험, 철도 안전 교육, 통일호 방송 체험, 승차권 발권 등 각종 체험이 가능하다. 연산역 (041)735-0804

기차는 다니지만 승객은 열차에 타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간이역도 있다. 1936년 지어진 군산 임피역은 서양 간이역과 일본 가옥 양식을 결합한 양식.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앙증맞은 모습이다. 주변에 서 있는 은행나무가 고즈넉함을 더한다. 2008년 승객이 줄어들며 여객 운송이 완전히 중단됐다. 인적이 끊긴 역사에는 군산 출신 소설가 채만식의 대표작 '탁류'와 '레디메이드 인생' 등을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 들어섰고, 수명이 다한 객차를 활용한 전시관도 생겼다.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02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