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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주] 학생 자살 '0'… 제주 '혼디거념'의 기적

작년 4월 제주도에서 한 달 사이 학생 3명이 각기 다른 곳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제주도교육청은 즉각 자체 개발한 자살 위기 매뉴얼 4단계 중 둘째 단계인 '주의'를 발령했다. 그러자 학생 정신 건강 전담팀 '혼디거념('함께 돌보기'라는 제주도 방언)팀' 조성진(37) 정신과 전문의가 바빠졌다. 친구들·담임교사와도 만나면서 학교에 24시간 특별상담실도 설치했다. 제주도 전체 초·중·고 교장 190여명을 교육청에 불러 주의 사항을 알렸다. "심리적인 위기에 몰린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시그널(신호)을 보낸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까지 면담해야 한다" "자살 심리는 확산한다. 학생들 동요를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내용이었다. 제주도는 이런 시스템을 가동한 덕분에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학생 자살자 수 '0명'을 기록했다.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139명에서 2015년 93명까지 꾸준히 감소하던 학생 자살자가 지난해 108명으로 반등했다.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학생도 함께 늘어나 "학생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다시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교육청의 성과는 "적극적으로 정책을 편 덕분"이라는 평가다. 처음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교육청이 정신과 전문의를 뽑으려고 하자 "교육청이 학생들을 정신병 환자로 여기느냐" "한 달 1000만원 전문의 월급이면 상담사를 여럿 고용할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들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본 학부모들이 생겨나면서 '아이를 맡겨보니 괜찮더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상담 건수가 늘어났다.

울산도 2015년 10만명당 3.3명이던 학생 자살자 수가 지난해 0.7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울산시교육청은 2015년부터 관심군 학생들의 심리 치료비를 100% 지원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저소득층 자녀 등에게만 제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관심군 학생 중 전문기관의 상담·치료를 받은 비율이 지난해 93.1%에 달했다.

2014년 '관심군'으로 분류된 소영이(13·가명)도 학부모 반대로 상담치료를 못 하다 교육청 설득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은 경우다. 소영이는 상담교사에게 학교에서 따돌림 등 어려움을 털어놨고, 상담교사는 만날 때마다 칭찬으로 희망을 줬다. 소영이는 '상담 후기'에 이렇게 썼다. "우리 반 친구가 '소영이 점점 독해졌어'라고 말했다. 내가 왜 그러느냐고 따졌다. 친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쁜 감정을 친구에게 솔직히 말할 수 있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예전엔 그런 말을 못 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장은 "실제 자살한 학생들을 심리 부검해보니 약 40%는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자살을 막을 기회가 있었는데 놓친 경우였다"며 "제주나 울산처럼 교육청과 학교가 잘 살피면 학생 자살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연주기자 / 김형원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