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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주] "분쟁지역 의료활동은 생명에 힘 보태는 희망"

폭탄이 놀이터에 떨어져 아이 네 명이 크게 다쳤다. 응급 상태인 아이들을 요르단 람사병원으로 보낸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밤새 기다려도 아이들은 오지 않았다. 기다리던 환자가, 왔어야 할 환자가 오지 못하는 상황, 전쟁은 이런 것이었다. 폭격 위험 때문에 이송조차 불가능할 때가 있고, 만신창이가 된 이들이 이송 중 죽음을 맞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는 곳. 그곳은 바로 시리아 난민캠프의 모습이었다.

정형외과 전문의 이재헌 씨(39). 그는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시리아 난민캠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으로 국제 의료 구호활동에 나섰다.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지난달 말 휴전협정이 발효됐지만 6년간 사망한 사람만 해도 이미 40만명이다.

"의대생 시절 러시아 시골 마을에 진료봉사를 떠났던 것이 계기가 돼 국제 의료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를 알게 됐고 용돈을 아껴 후원을 하기 시작했죠. 수련의 과정을 마친 후에는 한국국제협력단에 지원해 탄자니아에서 2년 반가량 활동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생겨난 인연과 추억들이 큰 보람과 기쁨으로 쌓이면서 국제 의료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 것 같습니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고, 자신에게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했다.

지구촌 분쟁과 참사가 일어나는 지역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달려가는 이씨는 왜 이토록 구호활동에 애정을 갖고 있을까. 그는 참사 지역에서 펼치는 의료활동은 바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생명에 힘을 보태는 하나의 희망 등불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난민들을 보살피기 위해 요르단 람사에서 활동하는 동안 밤마다 일기를 써 온 이씨는 의료 구호활동이 웹툰으로 탄생할 수 있는 밑거름도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씨의 일기를 바탕으로 생생한 인도주의 활동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한 웹툰을 기획했고, 뜻을 같이하는 김보통 작가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2017년 새해를 맞은 이씨의 발길은 어디를 향할까. 그가 새롭게 꾸는 꿈은 이번엔 해외가 아니라 경북 안동을 향해 있다.

"지난해 말 안동병원 권역외상센터팀에 합류했습니다. 현재는 외상센터로 지정돼 개소를 앞두고 있죠. 안동은 대도시와 거리가 멀고 고속도로와 연결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상급 의료기관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합니다. 중상 환자를 치료할 병원 찾기가 다른 도시에 비해 어려운 실정이죠. 제 세부 전공을 살리면서 지역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안동으로 내려오게 됐죠. 안동 외상센터팀이 자리가 잡힌 후에는 국제보건학도 더 깊이 있게 공부하는 기회를 가져보려 합니다."  

<매일경제> 이윤재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