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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주] 살짝 벌어진 껍데기 사이로… 먹음직스러운 자태 드러낸다

굴을 가장 맛나게 먹는 방법으로 생굴만큼이나 '굴구이'를 꼽는 이가 많다. 회로 먹는 것만큼이나 굴 자체의 맛을 음미할 수 있으면서, 미끌미끌하고 물컹한 식감을 꺼리는 이들도 어렵잖게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이다. 구이라지만 실은 찜에 가깝다. 굴을 껍데기째 불에 올린다. 그러면 굴이 열을 받으며 자체적으로 발생한 수분에 의해 껍데기 속에 들어 있던 굴 알맹이가 쪄지듯 익는다. 충남 보령 천북, 경남 거제와 전남 여수·장흥 등 주요 굴 양식장은 모두 굴구이를 팔고 있다.

◇천북
충남 보령 천북면 증은리 굴단지에서 나는 굴은 '천북굴'이란 이름으로 구분해 유통된다.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양식한 굴이다. 제철이 되면 동네 아낙들이 마치 밭에서 수확하듯 갯벌에 가 2~3년쯤 자란 놈들을 골라 담아 온다. 굴단지 안에 굴구이 식당 20여 곳이 있다. 천북굴을 먹어도 되고, 통영 등지에서 가져다 파는 굴을 선택해도 된다. 손님들은 살이 통통하고 까먹기 편한 수하식 양식굴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굴과 조개가 합쳐진 듯하면서 맛이 진한 천북굴만의 독특한 매력도 무시 못한다. 서로 덕지덕지 붙어 바위 같은 굴 덩어리를 석쇠에 통째로 얹어 번개탄이나 가스불에 굽는다. 굴이 익으면서 껍데기가 깨져 탁탁 튈 수 있으니 조심한다.

◇거제
경남 거제 남서쪽 거제면에 굴구이 전문 식당이 모여 있다. 바닥이 납작하고 높은 테두리가 있는 커다란 정사각형 스테인리스 냄비에 굴을 가득 담아 내온다. 불에 올리고 뚜껑을 덮어 10분쯤 지나면 종업원이 와서 뚜껑을 열어준다. 무럭무럭 올라오는 김이 걷히고 나면 살짝 벌어진 껍데기 사이로 잘 익은 통통한 굴들이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드러낸다. 벌어진 틈으로 칼을 밀어 넣고 비틀면 굴 알맹이가 쉽게 빠져나온다. 대개 초고추장을 찍어 먹지만, 제 몸에서 나온 소금기로 찝찔하기 때문에 그냥 먹어도 맛있다.

◇장흥
전남 장흥 용산면 남포마을에는 굴 수확 철인 겨울이면 굴구이를 하는 비닐하우스형 식당이 잔뜩 들어선다. 이곳에서 구이용으로 내는 굴은 천북굴처럼 갯벌에 종패를 뿌려 키운 '자연스럽게 양식한' 굴이다. 한 바가지면 성인 남성 넷이 먹어도 적지 않을 정도로 푸짐하다. 역시 뭐든 생산지로 가면 싱싱하고 푸짐하고 맛있다. 장작불에 통통한 굴이 꽉 들어찬 굴 껍데기를 올려놓는다. 모락모락 김이 날 때 칼로 까서 먹는다. 굴을 넣어 끓인 떡국도 별미다. 남포마을은 임권택 감독이 영화 '축제'를 찍은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풍광이 수려해서 굴구이 먹는 맛을 더한다.

<조선일보>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