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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주] 설마했던 그 멸치… 구이·회·무침되니 봄 맛의 '절정'으로

제철맞은 기장 대변항 멸치·미역

아침 10시에 도착한 부산 기장 대변항 선착장이 은빛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새벽에 멸치를 잡아온 고깃배에서 어부들이 멸치를 털고 있다. 선원 7명이 선착장에 한 줄로 나란히 서서 움켜쥔 그물을 힘차게 튕긴다. 가장 연륜 있어 보이는 어부가 끊임없이 반복 선창하는 멸치 터는 소리에 맞춰 어부들은 마치 한몸인 양 움직였다. 그때마다 멸치 수십수백마리가 그물 위로 튕겨 올라가며 은색의 장관을 연출했다.

◇절정 맞은 기장 대변항 봄멸치
기장 대변항은 지금 멸치가 제철의 절정을 맞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봄멸치다. 멸치는 봄과 가을로 나눠 잡는다. 봄에는 대략 3월부터 6월까지, 가을에는 10월부터 다음 해 설까지 잡는다.

'기장 멸치'가 고유명사처럼 전국적으로 통할 정도로 기장은 멸치로 이름난 지역이다. '기장구포(機張九浦)'란 말이 있을 만큼 기장에는 포구가 많고, 모두 멸치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대변항이 가장 이름났다. 국내 멸치 어획량의 60%를 차지할 만큼 많이 잡히기도 하지만 품질도 우수하다. 남해는 수심이 20~30m로 얕아서 멸치가 너무 무르고, 반대로 동해는 조금만 바다로 나가도 수심이 100m로 깊어져 멸치가 너무 억세단다. 태종대와 간절곶 사이 즉 기장 앞바다는 수심이 60~70m로 가장 적당하다는 것. 대변항에서는 멸치 요리를 연중 맛볼 수 있다. 봄과 가을에는 각각 봄멸치와 가을멸치를 쓰고, 봄과 가을 사이에는 급랭시켜둔 멸치를 쓴다. 아주 낮은 온도에서 빠르게 얼린 멸치는 생(生)멸치와 맛 차이가 거의 없다.

◇멸치만 있나 기장미역도 있다

기장멸치만큼 유명한 게 기장 미역이다. 미역 장사 23년째라는 김정숙(50)씨는 "1~3월 중순 미역이 제일 맛있다"고 했다. 1~3월 채취해 말리고 작업한 미역이 요즘 팔리는 것들이다. 젊은 주부들은 삶아서 짧게 잘라 말린 '자른 미역'을 선호한다. 바로 끓이면 국이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김씨는 길이 1m가 넘는 기다란 미역을 자르지 않고 그대로 말린 것을 권했다. 치대고 물로 씻어야 해 번거롭지만, 맛은 더 좋다고 했다. 이걸 20개씩 다발로 묶은 게 '산모미역'이다. 허리 아프지 말고 무병장수하라고 자르지 않는다고 한다. 1줄기에서 20인분이 나온다니, 몸 푸는 기간 내내 먹어도 충분한 양이다. 미역은 10월 말~11월 초 작업하기 시작해 4~5월까지 나온다. 여름이 되면 녹아버린다. 그래서 기장에서는 5~6월 미역 대신 다시마를 양식한다. 다시마는 늦게 채취할수록 좋다. 미역과 반대다.

<조선일보> 기장=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