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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위해 몸 던진 세월…‘은퇴축하금’으로 보상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노후준비를 할 때 생활비만 생각하고, 해외여행이나 여가활동을 위한 자금은 뒷전으로 미뤄둔다. 그러나 선진국에선 ‘은퇴축하금’을 만들어 놓고 최소 1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면서 미래 계획을 세우는 은퇴자가 많다. 은퇴축하금은 우리 돈으로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라고 한다.

은퇴축하금은 말 그대로 은퇴를 자축하기 위해 마련하는 돈이다. 직장생활을 끝낸 자신에게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하고 은퇴생활의 완주를 지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금이다. 가정을 위해 자존심을 뭉개고 스스로에게 인색할 수 밖에 없었던 세월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은퇴자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하거나 자신의 꿈을 실현하면서 생의 마지막 구간 앞에서 깊이 호흡할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축하금은 인생의 전반전을 정리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과도기 비용으로 은퇴생활에 연착륙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다.

축하금의 가장 큰 용처는 여행 경비다. 많은 은퇴자가 은행예금이나 보험을 해지해 여행 자금으로 쓴다. 결국 노후자금을 헐어 쓴다는 얘긴데, 가계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는 건 시간 문제다. 은퇴축하금이 있으면 은퇴직후 2~3년 동안 부부가 가고 싶은 해외여행지에서 쓸 체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유럽 은퇴자들이 1~2개월씩 사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는 은퇴축하금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들은 현역 때 은퇴 시점에 찾아쓸 수 있는 펀드나 은행예금을 들어 활용한다.

축하금은 또 취미나 여가활동비로도 쓰인다. 부부가 헬스클럽을 다니거나 골프를 치면서 체력을 단련하고, 음악회·전시회 등 문화활동을 할 수 있다. 카메라·악기·오디오 등을 구입해 현역 시절 바빠서 하지 못했던 취미생활을 통해 노후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가꿀 수 있다. 이 모든 게 목돈이 필요한데, 은퇴축하금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서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