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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금수강산 그 최남단…길이
끝난 곳, 다시 길이 시작됐다
끝과 시작
전남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 사자봉 해안절벽 아래. 북위 34도 17분 38초 지점이
한반도 본토 최남단이다. 여기에서 한반도 최북단인 함경북도 온성시까지 삼천리 거리다. ‘삼천리 금수강산’이 말이 예서 나왔다. 해남 땅끝에서 남해안 종주 트레일 ‘남파랑길’도 끝난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한 길이 올록볼록한 남해안을 돌고 돌아 여기에서 마무리된다. 모두
90개 코스, 전체 길이 1470㎞의 대장정이
막을 내린다.
끝과 시작은 맞물리는 법이다. 남파랑길이 끝나는 자리에서 서해안 종주
트레일 ‘서해랑길’이 시작한다. 내년 3월 개통 예정인 서해랑길은
해남 땅끝에서 시작해 인천시 강화도에서 마무리된다. 현재 예상되는 서해랑길은 모두 110개 코스 1800㎞ 길이다. 남파랑길
이전에 조성된 동해안 종주 트레일 ‘해파랑길(50개 코스, 750㎞)’과 2023년 조성될 계획인 ‘DMZ
평화의길(코스 개수 미정, 약 530㎞)’을 합하면 대한민국을 크게 두르는 ‘코리아 둘레길’이 완성된다.
남파랑길에서도 마지막 구간인 90코스를 걸었다. 미황사에서 시작해 달마산 자락을 따라 남으로 내려가 땅끝마을에서 끝나는
13.9㎞ 길이다.
달마산 미황사
길은 달마산 중턱 미황사 사천왕문 앞에서 시작한다. 미황사(美黃寺)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절이다.
삐죽삐죽 돋은 달마산 능선의 기암괴석을 병풍처럼 두른 산사가 사철 푸른 동백나무 숲에 파묻혀 땅끝 앞바다를 내다본다.
미황사는 천년고찰이다. 신라 경덕왕
8년(749) 창건했다고 전해지나, 19세기
이후 한동안 버려졌었다. 폐사지 같았던 미황사를 되살린 주인공이 있다. 1989년부터 차례로 주지를 맡은 지운, 현공, 금강 스님이다. 이들 스님은 지게로 바위를 나르고 손수 돌담을 쌓아
옛 가람을 다시 일으켰다. 특히 금강 스님의 노고가 컸다. 1989년
미황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금강 스님은 2001년부터 20년간
주지로 미황사를 이끌었다. 그 사이 미황사는 전국구 사찰로 거듭났다.
길은 이어진다
10년쯤 전 미황사에서 금강 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 스님이 달마산 옛길에 관하여 말한 적이 있다. 미황사가 암자 열두
개를 거느린 큰 절이었던 시절, 암자를 잇는 옛길이 있었는데 그 길을 다시 잇고 싶다고 했다. 불교에서는 길을 걷는 것도 수행이다. 포행(布行)이라 한다. 길을
걷는다고 깨달음을 얻을까 싶지만, 적어도 세상사 시름 따윈 잊게 된다.
2017년 드디어 그 길이 열렸다.
17.74㎞ 길이의 달마고도다. 미황사를 출발해 달마산 자락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다. 흔한 데크로드 하나 없는 순전한 숲길이다. 길은 미황사에서 냈지만, 현재 운영은 해남군청에서 주도한다. 코로나 사태에도 거의 매주 주말
걷기 행사를 진행했고, 스탬프 프로그램을 운영해 완주 메달을 나눠줬다.
해남군 김향희 축제팀장이 “완주 메달을 받아간 사람만 1만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손민호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