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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주] 쥐꼬리 노후자금마저 자녀에…60대 10명중 4명 삶에 '불만족'

직장 은퇴 이후 남은 노후자금은 퇴직금을 포함해 2억원 남짓. 이 가운데 아들·딸 결혼에 1억원 가까운 돈이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암에 걸려 수천만 원대 치료비 부담에 허덕이다 빈곤층으로 추락한다. 최근 통계를 바탕으로 가정해 본 대한민국 60대의 평균적인 삶이다.

치솟는 병원비와 자녀 결혼 비용 부담이라는 이중고가 우리나라 60대를 가장 불행한 세대로 만들고 있다. 제대로 노후 준비를 끝내지 못한 와중에 갑작스레 은퇴를 맞이하고 이후에도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계속 잇따르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우리나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연령대별로 느끼는 삶의 만족도를 설문 조사한 결과 '불만족스럽다'고 대답한 60대 비율은 40.6%로 나타났다. 이는 20대(24.5%)와 30대(26.7%)의 2배에 달할 뿐 아니라 전체 나이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다소 불만족'(23.2%)과 '불만족'(11.6%)이라고 답한 비율도 60대가 제일 컸다. 북유럽 등 선진국에서 비슷한 조사를 하면 40·50대에 만족도가 낮아졌다가 60대 이상부터 다시 올라가는 'U자형'을 그리는 것과는 정반대다.

우리나라 60대가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대표적 걱정거리로는 건강(45.5%, 복수응답)이 첫 번째로 꼽혔고, 노후생활(45.3%)이 뒤를 이었다. 특히 노년층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암이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2014년 기준 65세 이상 국민 가운데 9.6%가 현재 암 투병 중이거나 과거에 치료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은 암의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암 치료에 드는 막대한 비용 부담은 노인 삶의 질을 낮추는 핵심 요소다. 한국임상암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추계학술대회 통계 자료를 보면 비급여 치료를 받은 암환자들이 지불한 암 치료 비용은 평균 2877만원이다. 노년층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은 자녀가 결혼할 때 더욱 가중된다. 서울시가 50~64세 장년층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인생 이모작 실태를 보면 자녀의 결혼을 위해 부모가 지원하는 비용은 아들의 경우 평균 1억3900만원, 딸은 6500만원이다.

설문 응답자들이 준비한 평균 노후자금이 1억8800만원인 것을 감안할 때 만약 아들과 딸을 하나씩 두었다면 결혼 지원 비용이 노후자금을 뛰어넘게 된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는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지만, 아직 국민의 노후 대비 수준은 낙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가운데 노후를 위해 연금저축에 가입한 비율은 32.1%에 불과했다. 그나마 국민연금과 연금저축에 동시에 가입해 있다고 해도 매달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은 월평균 60만원으로 1인 기준 최소 노후 생활비인 104만원의 60%에 불과하다.

<매일경제> 김태성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