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donga.com/3/all/20170420/83973680/1
[6월 2주] “장애인 보육도우미, 아이들 마음 더 잘 알죠”
서대문구 장애통합어린이집인 ‘우리어린이집’. 만 5세 반인 ‘우솔반’에 갓 등원한 아이들을 돌보는 김정연 씨(26)의 손길이 분주했다. 지적장애 2급인 김씨는 장애·비장애 어린이들이 함께 다니는 이곳에서 하루 네 시간, 일주일에 5일 보육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우솔반에는 ‘미운 일곱 살’이라고 불릴 만큼 활발한 나이의 아이들이 스무 명 있다. 예전에는 보육교사들이 하루 종일 돌봐도 정신이 없었지만 김씨가 온 뒤로는 한결 여유가 생겼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식사를 안내해주고, 근처 인왕산으로 야외활동을 갈 때 인솔도 돕는다. 특히 섭식장애나 자폐증세가 있는 아동 세 명을 신경 써서 돌보는 게 김씨가 주로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장애인을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하도록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날도 아이들은 김씨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조르거나 공놀이를 하자며 먼저 다가왔다. 김씨의 사회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직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조금 서툴러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겸사겸사 자기 공부도 한다. 김씨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는 “보육도우미가 누군가를 돌보는 ‘선생님’인 만큼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지적장애, 자폐증 등을 가진 발달장애인들이 선망하는 직종”이라고 귀띔했다.
서대문구에서는 올해부터 김씨와 같은 장애인 보육도우미 다섯 명이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서대문구가 보건복지부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고용한 보육도우미다. 복지부, 서울시, 서대문구가 김씨의 월급 67만6000원을 나눠 부담한다. 현재 월 56시간 영유아 보육 보조업무를 하는 장애인은 전국에 아흔 명. 서울에는 김씨처럼 주 40시간 또는 20시간씩 일하는 보육도우미가 여섯 명 더 있다.
물론 많지는 않은 수다. ‘돌봐야 할 사람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자리를 주기 꺼리는 어린이집이 적지 않기도 하다. 김씨도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간식을 자신이 먼저 먹거나, 교실에서 멍한 표정을 짓는 일도 있었다. 안전사고 대처능력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보육교사들 및 구립장애인복지관의 담당 사회복지사들의 지속적인 보살핌으로 정착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린이집 인력난을 해소하는 동시에 장애인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어린이집은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 많은 만큼 서대문구는 앞으로 지체장애인보다 발달장애인을 주로 채용할 예정이다. 바리스타, 제과·제빵 등에 한정된 발달장애인 일자리를 다양화하는 방법이다. 또 공공 또는 민간 일자리를 가진 발달장애인의 임금이 전체 취업 장애인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도 있다. 서대문구는 내년에 자체예산을 더 투입해 장애인 보육도우미 교육과정을 강화하고, 이들을 장애통합어린이집이 아닌 일반 민간어린이집에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아일보> 홍정수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