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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주] "기부가 홈런보다 짜릿하네요"

"홈런 치고 기록 세우면 기분 좋죠. 근데 길어야 2~3일을 못 가더라고요. 기부에 나선 후론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이만수(59)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1호' 안타·타점·홈런 기록을 모두 가진 인물이다. 1997년 은퇴할 때까지 16시즌 동안 252홈런을 때린 그는 대한민국 포수 '계보'를 논할 때, 단연 1번으로 꼽힌다. 47년 그라운드를 누볐던 이 전 감독은 이제 야구장 대신 고속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길다. 인천 자택 근처에서 만난 그는 막 경북 안동에서 올라오는 길이었다.

이 전 감독은 일주일에 3~4일씩 유소년·엘리트 야구부를 찾아가 아이들을 가르친다. 이제는 '기부 전문가'가 된 셈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차로 10만㎞를 넘게 달리며 안 가본 곳이 없다. 방문한 학교도 100여 곳이다. 그는 "야구 시작하고 50여 년 동안 받기만 하고 살았다. 그렇게 받은 걸 이젠 누군가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감독은 본격적으로 재능 나눔, 기부 활동을 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자신의 별명(헐크)을 딴 비영리 사단법인 '헐크 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평생 야구만 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왜 기부에 빠졌을까. 그는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 시절(1999~2006) 경험을 말했다. "그곳에선 선수들이 시즌 중에도 지역 보육원 등을 찾아가요. 돈만 내는 게 아닙니다. 직접 아이들을 만나 정을 나누죠. 선수들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성적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 전 감독은 현역 시절 화끈한 세리머니와 쇼맨십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프로야구 일선을 떠나 기부 활동한다고 했을 때, 이런 이미지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다시 감독하고 싶어 이미지 관리하냐'는 냉대는 상처가 됐다.

그가 2013년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 세운 최초의 야구단 '라오J브라더스'는 이제 160여 명 규모로 성장했다. 지금은 라오스에 외야 펜스를 갖춘 야구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고정 수입이 없는 그는 감독 시절보다 지출이 더 늘었다. 지방 출장을 가면 활동비는 모두 자비로 쓴다. 이 전 감독은 "지금까지 적지 않게 벌었기에 아직 쓸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가끔 강연 등으로 용돈 벌이 정도는 한다"고 했다. 금전 관리를 전담하는 아내 이신화(59)씨가 '힘닿는 데까지 함께해 보자'고 용기를 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전 감독은 "감독직을 그만두고 해외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예전부터 약속했던 기부 활동을 바로 시작하라'고 다그쳤던 것도 아내다. 고맙고 또 미안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순흥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