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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주] 낯선 곳서 위급할 땐 전봇대 보세요, 번호 대면 위치 알 수 있죠

“단 한 명이라도 응급처치를 알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텐데…”
박승균(47) 경기 남양주소방서 소방관은 숱한 안전사고 현장에서 이런 안타까움이 들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는 최근 안전 지침서 『골든타임 1초의 기적』을 펴냈다. 일상에 필요한 응급처치는 물론이고, 재난·화재에 대한 대처까지 담고 있다. 골든타임은 사고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을 의미한다. 최근 만난 박 소방관은 “책에서 정의한 골든타임은 119가 도착하기 전까지 5분 남짓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안전사고 현장 최일선에 있는 그는 응급처치의 위력을 실감한 순간이 많았다. “제가 119 상황실에 근무했을 때의 일이에요. 한 어머니가 다급한 목소리로 ‘아이가 음식물이 기도에 걸려 숨을 안 쉰다’고 신고했지요. 저는 복부를 압박해 기도를 막은 물질을 제거하는 ‘하임리히법’을 알려줬고, 신고자가 이를 차분히 따라한 결과 아이는 무사했어요.”
  
그는 꼭 숙지해야 할 응급처치로 ‘심폐소생술’을 꼽았다. “심폐소생술만 알면 누구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심폐소생술은 심장의 기능이 정지하거나 호흡이 멈췄을 때 사용하는 응급처치다. 심장이 정지한 후 2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소생률은 약 90%에 이른다. 그는 “쓰러진 사람을 보게 되면 우선 주변에 119 신고를 부탁한 후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5분 동안 가슴을 압박하라. 이때 팔을 곧게 펴고 몸에 힘을 실어 1분에 100회 가량, 1초에 1~2회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급신고에도 요령이 있다고 했다. 화재를 신고할 땐 주소는 물론, 층수와 화재 정도를 알려주면 소방관이 화재 진압 계획을 효과적으로 세울 수 있다고 했다. 길을 잃어 자신의 위치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선 전봇대를 보면 된다. 전봇대의 번호엔 위도와 경도, 세부 위치가 표기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소방관을 치유하는 소방관’이기도 하다. 지난해 상담심리치료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업무 틈틈이 소방관 동료들에게 상담을 해줬다. “소방관들은 사고 현장에서 받은 충격과 동료의 순직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채 또 다른 현장에 출동합니다. 소방관은 그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소방관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소방관 심리치료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엔 ‘소방안전봉사상’ 대상을 수상했다. 최근엔 그를 주축으로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 소방관 상담팀이 만들어졌다. 그를 포함한 3명의 ‘소방관 상담사’들은 응급현장에 출동했다가 사고를 당한 소방관 등을 찾아가 상담 치료를 해준다. 그는 “소방관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재난 현장에선 용감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임선영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