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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주] 임관 후 한국 근무하며 한미동맹 일조할 것

"군인들은 훈련과 실전 상황에서 더위와 추위에 항상 노출되어 있습니다. 군복에 이 '종이기반 온도센서'를 장착하면 온도의 상승, 하락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서강대의 한 연구실. 미군 사관생복을 입은 두 명의 한국계 학생이 유창한 영어로 '종이기반 온도센서'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10년 전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뒤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한 안범진 씨(21)와 이재환 씨(21).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안씨는 종이기반 온도센서의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했다.

생명공학 전공인 이재환 씨는 종이기반 온도센서가 어떤 조건에서 정확한 온도 측정이 가능한지를 실험 데이터를 토대로 이야기했다.

이씨는 "군인들이 덥거나 추운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전투력이 저하된다"며 "종이기반 온도센서는 종이 위에서 작동하는 만큼 미군·한국군의 군복에 간편하게 붙인 뒤 온도 측정을 할 수 있어 부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웨스트포인트는 매년 2~3학년 학생들에게 전 세계 연구소, 대학에서 연구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연구연수(AIAD)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5년 서강대가 연구능력을 인정받아 유일하게 웨스트포인트의 AIAD 프로그램에 선발돼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서강대와 웨스트포인트 학생들은 종이 위에 탄소나노튜브 기반의 전도성 고분자를 잉크 형태로 프린팅한 뒤 온도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안씨는 "잉크 기반의 두 금속 물질을 어떻게 접합시키느냐에 따라 온도에 대한 민감도에 차이가 생긴다"며 "일주일간 수많은 실험을 통해 최적의 조건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금속은 온도 변화에 따라 전류를 흘릴 수 있는 양에 미세한 변화가 생긴다. 두 금속을 붙인 뒤 발생하는 전압차를 계산하면 현재 온도가 몇 도인지 알아낼 수 있다. 이들이 개발한 종이기반 온도센서의 길이는 불과 25㎜. 잉크로 간단하게 찍어낼 수 있어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현재 종이기반 온도센서는 서강대와 하버드대, 웨스트포인트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를 이끌고 있는 신관우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이 연구는 서강대, 하버드대, 웨스트포인트 학생들이 공동 저자로 곧 국제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강대는 웨스트포인트와 3년 동안 AIAD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한국계 학생 두 명이 동시에 연구실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교수는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된 학생들인 만큼 자유분방한 서구식 스타일을 갖고 있을 줄 알았다"며 "하지만 한국식 예의를 지키면서도 차분하고 열정적으로 연구할 뿐 아니라 연구실 선배들과도 격의 없이 토론하며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습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학생 모두 가슴에는 학점이 상위 10% 이상인 학생들에게만 주어지는 작은 '별' 모양의 '훈장'이 붙어 있었다.

안씨와 이씨 모두 장교 임관 뒤 언젠가 한국에서 근무하기를 꿈꾸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 머무르는 3주 동안 비무장지대(DMZ)도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매일경제> 원호섭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