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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주] 예금만으론 캄캄한 은퇴… 보험·연금·주식으로 '머니 무브'

10여 년 전만 해도 월급이 오르면 재형저축이나 적금, 목돈이 생기면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그만이었다. 금리가 연 4~5%대로 그런 대로 괜찮은 데다 무엇보다 안전한 저축 수단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생각과 행태가 크게 바뀌고 있다. 금리가 1%대까지 낮아진 가운데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60세 전후해서 은퇴한 다음 10년 남짓 더 살다가 가는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엔 최빈(最頻) 사망 연령, 즉 한 해에 가장 많이 사망하는 연령이 85세를 넘어 90세를 향하고 있다. 오래 사는 만큼 오래 근무하면 좋으련만 현실은 딴판이다.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되었다지만 주된 직장에서의 퇴직은 53~54세에서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은행에 돈 맡기기보다 노후 대비용 연금 가입
우리나라 가계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의 구성을 보면 2002년에만 해도 현금 및 예금이 54.3%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3월 기준으로는 43.7%까지 줄어들었다. 이 바람에 2002년에 21.4%였던 보험 및 연금의 비중은 30%를 넘어섰고 15%대였던 주식 및 펀드의 비중은 2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자꾸만 길어지는 노후 준비를 위해 연금과 보험에 더 많이 가입하는 한편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돈이 예금에서 빠져 나와 연금과 펀드 등으로 옮겨갈 것인가? 대답은 '당연히 그럴 것'이다. 은행에 돈을 넣어봐야 이자가 거의 없다시피 한데도 현금 및 예금 비중이 52.0%에 달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가 있기는 하다. 50대 이상이 금융 자산의 80%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70대 이상은 이자도 없고 찾아 쓰기도 불편한 예금이나 다른 금융상품보다 금고 또는 장롱 속 현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보험·연금 비중, 2002년 이후 10.5%p 늘어
위험 자산 비중이 20%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바로 미국형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중간에 있는 나라가 유럽연합(EU)이다. EU의 가계 금융 자산 중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의 비중은 70:30 정도이다. EU의 현금 및 예금 비중은 34.2%로 미국(15.1%)보다는 높지만 우리나라(43.7%)보다는 낮다.

분명한 것은 저금리·고령화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대표적인 안전 자산이면서 수익이 낮은 현금 및 예금을 계속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 자산 중 금융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낮은 데다 노후의 생활비라고 할 수 있는 연금이 미국과 EU에 비해 태부족인 상황이어서 보험 및 연금의 비중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