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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주] "알바도 경력만"… 최저임금 오르자 취업 장벽 높아졌다

객실과 화장실 등 대한항공 여객기 내부를 청소하는 근로자 200여명은 올해 시급 7530원으로 인상된 최저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지난달 30일부터 파업 중이다. 대한항공 자회사가 기내 청소 하도급을 준 회사가 기존에 지급하던 일부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려 하자 "최저임금 기준에 맞추기 위해 편법을 쓴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면 최저임금은 올라가지만 실질 임금을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대상 463만명, 분쟁 늘 듯

시급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된 최저임금이 지난 1일부터 적용되면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사업주와 이에 반발하는 근로자의 노사 갈등이 현실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월 157만원)의 적용 대상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약 4분의 1(23.6%) 수준인 463만명으로 추산됐다. 작년(336만원)보다 127만명(38%)이나 는 것으로, 최저임금제도가 1988년 도입된 이래 최대 규모다.

실제로 '직장갑질119'엔 상여금을 200%에서 100%로 줄이거나, 야근 수당을 없애고 교통비를 삭감하는 등 최저임금을 편법으로 회피하려 한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은 인상됐는데 오히려 실질 임금은 줄어든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사업주들은 직원 규모를 줄이는 것은 물론 각종 수당이나 근무시간 등을 줄이는 방식을 동원하기도 한다.


◇알바 진입 장벽도 높아져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알바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편의점, 음식점 업주들이 기존 아르바이트 직원 규모를 줄이면서 "두 사람 몫을 해야 한다"며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면서 신입 아르바이트생들이 설 곳을 잃은 것이다. 부산 동구 수정동의 한 편의점 주인 천모(43)씨는 인터넷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에 '1년 경력자·군필자'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지금까지 경력 유무를 따진 적이 없었다. 천씨는 "이제 알바 인건비가 만만찮은데 초보를 쓸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5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77)씨는 작년 말 알바 직원 두 명을 해고하고 2년 경력의 알바생 한 명을 뽑았다. 시급은 최저임금보다 많은 8000원을 주기로 했다. 김씨는 "지난해 수준으로 인건비를 유지하려다 보니 두 명 몫을 하는 경력자를 뽑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알바 채용 시장' 장벽이 높아지면서 무임금으로 경력을 쌓은 뒤 지원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대입 수능시험을 치른 재수생 박모(20)씨는 "친구가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에서 보수를 받지 않고 '연수'를 받은 뒤에야 동네 다른 편의점에 알바 자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양대 교수는 "이런 현상들은 최저임금을 시행한 여러 나라에서 경험한 것으로 이미 예상된 결과"라며 "늘어난 임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영세 사업주들이 고용 규모를 줄이면서 일자리 자체가 감소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곽수근 기자 / 이벌찬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