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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주] 돌, 여자, 바람 그리고 비만… 四多島 제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17 비만 지도'를 펼쳐보면 제주도의 색이 가장 짙다. 비만율이 전국 시도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1395만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분석에서 제주는 남성 비만율 48.7%로 1위다. 둘 중 하나가 비만인 셈이다. 건강에 직접적인 이상이 발생할 수 있는 고도 비만, 초(超)고도 비만 비율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 여성 비만율도 26.5%로 강원(27.8%)에 이어 둘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지인들 사이에선 "제주가 돌, 여자, 바람이 많다고 삼다도(三多島)라 불렸지만 이제는 비만까지 사다도(四多島)"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온다.

제주엔 425㎞ 올레길이 있다. 운동하기 좋을 것 같은 이 섬이 어떻게 '비만'을 얻었을까. 제주도의 보건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 제주 주민들은 덜 걷는다. 제주 토박이 양근영(57) 중앙여고 체육교사는 "군대에서 우스갯소리로 '3보 이상은 승차(乘車)'라고 하는데, 제주에선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지역 여건상 지하철이 없고 버스 접근성도 떨어지다 보니 어릴 때부터 차 타는 습관이 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제주도의 차량 등록 대수는 약 48만대로 인구가 두 배인 울산시(54만대)와 비슷하다. 제주도 203개 동·리 가운데 122곳(60.1%)의 대중교통 접근성이 부족(교통안전공단 조사)하다. 또 제주도의 버스 한 대당 인구는 2015년 기준 1304명으로 전국 평균(1139명)에 비해 많다. 대중교통이 열악하다 보니 도민들이 자가용을 자주 이용하고, 그로 인해 걸음 수가 줄어든 것이다.

둘째로는 육류를 즐기는 식습관이 꼽힌다. 제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올해 제주 지역 1332명의 식습관을 조사했더니 육류 섭취량이 1일 135.5g으로 전국 평균(109.6g)을 훌쩍 뛰어넘었다. 반면 채소(전국 296.8g, 제주 271g)와 과일(전국 198.3g, 제주 155.3g)은 덜 먹었다. 교수팀 관계자는 "제주에는 양돈 농장이 많아 질 좋은 고기를 값싸고 빠르게 접할 수 있다"며 "외식 문화도 발달해 육류나 기름진 음식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운동까지 적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생활체육활동 참여 실태 조사를 보면 지난해 제주도 주민의 40.3%가 체육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전국 평균(29.5%)을 훌쩍 넘은 수치다. 반면 주 3회 이상 체육 활동을 한다는 사람은 전국 평균적으로 36.9%인데 제주도는 24.5%에 불과했다.

제주 지역사회도 비만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부터 도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혼디 걸으멍 와바(함께 걸어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침밥을 먹고 1㎞는 걸어서 등교하자"는 구체적인 실천 목표도 제시했다. 제주 지역 보건소들은 걷기 지도자를 양성하고,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운동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 이기훈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