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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주] 한국인 4명에 새 생명 주고 떠난 미얀마인
미얀마에서 온 40대 근로자가 장기를 기증해 4명의 목숨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주인공은 미얀마 양곤 출신의 윈톳쏘(45)다.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던 고인의 뜻에 따라 경남 밀양에 안장된다. 또 정부의 장례·진료비 지원금(540만원)을 어린이 돕기에 기부할 예정이다.
윈톳쏘는 1월 21일 밀양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작업하다 추락하면서 뇌를 크게 다쳤다. 일요일인데도 쉬지 않고 일하다 변을 당했다. 전날 미얀마의 가족들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주말에는 좀 쉬라”고 당부했지만 그는 공장에 나갔다고 한다.
사고 직후 윈톳쏘는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다. 진단명은 외상성 경막하 출혈, 사고로 인한 뇌출혈을 일컫는다. 수술 후 상태가 호전돼 한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다음 날 새벽 심장 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 대학병원으로 후송됐다. 2주일 동안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계속 나빠져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뇌사로 추정되면 대개 의료진이나 장기기증 전문가가 가족에게 환자 상황을 설명하고 장기 기증을 권유한다. 동생의 심정지 소식을 듣고 내한한 윈톳쏘의 누나는 의료진이 의학적 상태를 설명하자 먼저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윈톳쏘의 심장과 간, 신장(2개) 등 4개의 장기가 3일 4명의 국내 환자에게 이식됐다. 국내에서 장기를 기증하는 외국인은 한 해 1~2명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
누나가 선뜻 장기 기증을 결정한 이유는 평소 동생의 삶을 존중해서다. 미얀마에선 어린이가 10살이 되면 불교의식을 치르는 전통이 있는데 이 의식엔 돈이 든다. 윈톳쏘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의식에 참여하게 도왔다. 고모의 신장 수술 비용도 지원했다. 미혼인 그는 2012년 취업비자로 지금 다니는 회사의 협력회사에서 일했고, 성실성을 인정받아 자동차 부품 공장으로 옮겨 근무해왔다.
가족들은 고인의 나눔 정신을 기려 정부의 장례 지원금 360만원과 진료비 지원금 180만원 전액을 아동복지기관에 기부하기로 했다. 윈톳쏘의 누나는 “불교 문화권의 미얀마 국민은 종교적 신념이 강해 장기 기증이 낯설지 않다. 생전에 좋은 일을 하면 다음 생에 좋은 인연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동생이 평소 자신이 가진 것을 어려운 사람들과 항상 나누려 했기에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신성식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