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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주] "매일 11시간 일해요" 자영업자 삶의 질 추락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48)씨는 매일 오전 9시에 나와 자정에 퇴근하는 생활을 8년째 하고 있다. 2010년 대기업을 나와 식당을 차린 뒤 매일 15시간씩 일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월·목요일에는 밤 12시 가게 문을 닫고 청량리 야채도매시장에 가서 채소를 사온다. 부족한 잠은 오후 3~4시 식당 한쪽에서 쪽잠으로 채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국내 근로자의 근로 환경은 개선되겠지만 자영업자들은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소상인 일과 삶의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일(직업) 만족도는 51.6점으로, 2014년 조사 때보다 9.9점 하락했다. 삶의 만족도도 54.3점으로 이전 조사보다 11.6점 하락했다. 만족도는 설문 대상자가 1~10점까지 척도를 답한 값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13일까지 음식점, 도·소매업 등 종사자 수 5인 미만인 자영업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한 달에 휴무일은 3일, 하루 근무시간은 10.9시간
이번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들의 한 달 평균 근로시간은 294.4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들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3일만 쉬면서 하루에 10.9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周)당 근로시간으로 치면 대략 68.7시간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기업 직원들은 근로시간이 올해 7월부터 최대 52시간으로 줄지만 영세한 자영업자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다. 특히 자영업자 중에서도 음식업종은 한 달 근무시간이 무려 308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노동 강도(70.7점)도 가장 셌고, 직업 만족도(49.7점)도 가장 낮았다. 가장 고달픈 자영업자인 셈이다.

국내 자영업자들의 월평균 수입은 354만2000원으로 나타났으며, 매출액이 적을수록 근무시간은 오히려 더 많은 경향도 뚜렷했다. 이들에게 '최근 1년 사이에 휴업·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느냐'고 물으니 28%가 '그렇다'고 답했다.

◇직장 관두면 생계형 자영업자로 내몰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회사를 관두면 재취업이 힘든 구조라서 다들 직장 경험과 무관하게 치킨집·PC방·식당과 같은 생계형 자영업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년 기업가 정신' 자료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중 자영업자의 고용 비중은 43.4%로, 주요 국가 중 이탈리아(45.8%)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13.1%), 미국(10.2%), 독일(20%)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자영업자의 5년 생존율은 30% 안팎에 그칠 정도로 영세해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같은 정부 정책이 상당한 타격을 주는 구조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최저임금 올리면서 일시적인 일자리안정자금을 주는 땜질식 지원 말고 정말 힘든 자영업자들을 도울 진정성 있는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성호철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