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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주] 문따기·동물 구조… 이젠 119 출동 안해요

지난해 6월 한 여성이 급한 목소리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여성은 "비둘기 수십 마리의 사체가 거리에 널브러져 있으니 어서 와달라"고 했다. 관할 경기도 구리소방서 대원 3명이 출동했다. 가보니 비둘기 사체는 하나였다. 같은 시각 관할 지역에서 아파트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대원은 소방서에 남아 있던 1명뿐이었다.

◇소방 출동 절반이 인명 구조와 무관

앞으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동물 사체 처리나 문따기 등 비응급 신고에는 소방대원이 출동하지 않는다. 소방청은 출동을 거절할 수 있는 세부 기준을 담은 '출동 거절 기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도 문따기나 동물 포획 등 '단순한' 상황은 출동을 거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순'의 기준이 애매해 실제 거부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었다. 신고자들이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하거나 "제발 와달라"고 읍소해 대부분 출동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전국 소방서에서 인명 구조와 관련 없이 출동한 건수는 42만3055건이다. 전체 구조 출동 건수(80만5194건)의 52.5%다. 하루 평균 1159건에 달한다. 벌집 제거가 37.4%로 가장 많고 동물 포획(29.8%), 문 따기(16.5%)가 뒤를 이었다. 인명 구조와 관련 없는 비응급 신고는 소방대원의 소방·구급·구조 등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준다.

비응급 출동으로 해마다 십수억원의 세금이 낭비된다. 동물 구조나 문 개방이라도 소방차 1대, 소방대원 3명이 투입되고, 왕복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비응급 신고에 들어가는 인건비·유류비가 한 번에 2만~3만원 이상으로, 연간 1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했다.

◇앞으로 문 따기는 알아서 해결해야
소방청이 마련한 출동 거절 기준안에 따르면 신고 상황은 긴급, 잠재 긴급, 비긴급 세 가지로 나뉜다.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는 '긴급', 방치하면 2차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잠재 긴급', 피해 발생 우려가 적은 경우가 '비긴급'이다. '잠재 긴급'은 지역 시민으로 구성된 의용소방대나 생활안전대, 유관 기관이 우선적으로 출동하게 된다. 도로 위의 낙하물이나 호우 침수 시 배수 요청 등 네 가지는 잠재 긴급으로 지정했다.

'비긴급' 상황은 소방대원들이 출동하지 않는다. 신고자는 열쇠 업체, 차량 보험사 등 민간 업체를 불러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구청·시청 등 지자체, 경찰의 협조를 구하도록 안내한다. 비긴급 상황에는 10가지가 포함됐다. 동물 사체 처리, 다친 야생 동물 구조, 가정집·차량 문 따기, 수갑 절단, 집안 배관 누수, 가뭄 급수 지원 등이다.

벌집 제거, 맹견·멧돼지 포획, 화재 파악을 위한 문 개방 등 11가지는 인명 피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긴급'으로 분류됐다.


<조선일보> 이벌찬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