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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주] 여드름 치료제, 임신 중엔 참아주세요

지난 10년간 900명 이상의 임신부가 태아 기형을 유발하는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이 들어간 중증 여드름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단법인 임산부약물정보센터는 2010년 4월~2016년 7월 임산부 2만23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신 중 이소트레티노인에 노출된 임산부가 650명(2.9%)이었다고 밝혔다. 1인당 평균 18일을 복용했고 길게는 10년 이상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산부 100명 중 3명꼴로 안면 기형, 신경 결손, 심장·귀의 선천성 기형, 구순구개열(언청이) 등과 같은 태아 기형을 유발하는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여드름치료제를 복용한 것이다. 

센터에 따르면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650명 중 사용 중단 30일 이전에 임신해 부작용 위험에 노출된 임산부가 16%(104명)였고, 임신 중 약을 복용한 임산부도 62.9%(409명)나 됐다. 태아 기형 예방 차원에서 약을 끊은 지 30일이 지난 후에 임신을 시도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약 80%가 이 같은 권고를 지키지 않은 셈이다. 

이소트레티노인은 다국적 제약사 로슈 등 30여 개 제약사가 `로아큐탄` 등의 이름으로 생산 판매 중이다. 이소트레티노인은 임신부가 복용하면 35% 태아에게서 각종 신체 기형과 결손증이 생긴다. 

기형이 발생하지 않아도 60%가 정신박약을 일으키고 임신부의 20%가 자연 유산을 경험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약물이다. 이 때문에 이 약을 먹은 임신부의 약 50%가 임신 중절(낙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소트레티노인은 보험급여 상한가가 305원으로 연간 약 1640만정(연간 약 50억원)이 판매되고 있다. 현재 국내 가임 여성을 대상으로 연간 약 40만건이 조제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비급여처방이 보험급여 처방의 6.8배에 달해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위험이 크다는 진단이다.

임산부약물정보센터 이사장은 "이소트레티노인은 국내 가임 여성과 태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도 남을 만큼 시중에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며 "태아 저격용 총탄으로 볼 수 있는 이소트레티노인 불법 유통에 대한 법적 제재와 관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000년대 초부터 별도 임신예방프로그램(iPLEDGE)을 만들어 의사가 환자를 등록하고 패스워드를 부여한 다음 지정된 약국 약사에게만 이소트레티노인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약물 복용 중 피임과 복용 전후 임신 여부 검사를 환자 필수사항으로 정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유럽연합, 영국, 호주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매일경제> 이병문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