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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아이에게 못할 짓”…이 말에 담긴 인구절벽의 미래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을 포함한 우리나라 총인구는 작년 5183만6000명에서 올해 5174만5000명으로 0.18% 줄어든다. 총인구 감소는 올해가 처음이다.

총인구 감소 전망이 발표된 날 자녀를 일부러 갖지 않는 부부 5쌍에게 무(無)자녀의 이유를 물었다. 다양한 이유가 언급됐지만, 공통으로 나온 말은 “태어날 아이에게 미안해서”였다. 기본적으로 이들 부부는 저출산·고령화를 우리가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으로 여겼다. 인구 절벽이 만들 미래가 얼마나 처참하기에 그럴까. 그 암울한 사회 모습을 세 가지로 구분해 봤다.

결혼 3년 차인 30대 개인사업자 정도윤(가명) 씨는 “열심히 번 돈의 상당 부분을 노인 부양에 빼앗겨야 하는 사회는 온갖 갈등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정 씨는 “남들 눈에 내가 이기적으로 보여도 어쩔 수 없다. 출산하면 나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어진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인구를 뜻하는 총부양비는 2020년 38.7명에서 2056년 100명을 넘어선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30대 중반이 되면 부양인구 1명을 책임지게 된다는 의미다.

결혼 5년 차인 30대 직장인 김보미(가명) 씨는 무자녀의 이유로 국민연금 고갈에 따른 노후 생활자금 불확실성을 꺼냈다. 김 씨는 “역대 정부에서 연금 개혁에 관한 논의를 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현재 유력 대선후보 중 연금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도 없다”며 “(연금 고갈이) 현실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인구의 67.4%가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많은 국민이 택한 노후 준비 방법은 국민연금 가입이었다.

문제는 이 국민연금이 35년 후면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2019년 기준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국민연금이 2041년 적자 전환한 뒤 2056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30대 중반이 되면 부양인구 한 사람을 떠안고 노후 자금은 잃는 셈이다.

지방에 살다 보니 인구 절벽 추세를 더 잘 느껴요.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 현상 심화가 미래 세대를 힘들게 할 것 같아요.

전북 전주에 사는 40대 직장인 정지창(가명) 씨는 2세 계획이 없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지방 소멸을 언급했다. 지방에서 태어날 자신의 아이가 크면 인구 절벽에 따른 지방 소멸로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씨는 “모든 젊은이가 수도권 등 인구 절벽으로부터 살아남은 지역으로 몰리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결혼 3년 차인 30대 직장인 이미현(가명) 씨는 “우울한 전망뿐인데 기대수명까지 점점 늘어나니까 아이 낳기가 더 싫어진다. (태어난 아이가) 힘든 세상에 그만큼 오래 있어야 하니까”라고도 했다.

<조선일보> 전준범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