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22/2018082200106.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불도저' 류한수, 부상과 나이를 메다꽂다.

'나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

한국 레슬링의 모토다. 한국 레슬링 간판 류한수(30)가 이 모토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21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7㎏급에서 최정상에 오르며 2014 인천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한 것이다. 류한수는 결승전(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 카자흐스탄의 알마트 케비스파예프를 5대4로 꺾었다.

경기 막판까지 4-4로 팽팽했다. 이때 현장을 찾은 유승민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과 교민 30여 명이 "류한수"를 외쳤다.힘을 받은 류한수는 종료 20초를 남기고 안아 던지기 기술로 1점을 따냈고, 막판 상대 공격을 뿌리치며 금메달을 땄다

 경력에는 금메달이 가득하지만, 류한수의 삶은 영광보다 역경이 더 많았다. 레슬링 대표팀 관계자는 "류한수보다 시련을 더 많이 겪은 선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류한수는 2008년 훈련 중 파트너의 팔에 접질려 팔꿈치 인대에 탈이 났다. 선수 생명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류한수는 수술을 한 뒤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0년에는 훈련 중 같은 부위를 또 다쳤다. 지긋지긋하게 들었던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말이 주위에서 또 들려왔다.


류한수에게 부상보다 더 힘들었던 건 같은 체급이었던 친구 김현우에게 밀렸던 것이다. 류한수는 훈련 파트너로 2012 런던올림픽 현장에 가 김현우가 금메달을 따는 걸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절치부심한 류한수는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다. 2016 리우올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하지만 올림픽 메달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해 4위에 그쳤다.

류한수는 남자 대표팀에서 둘째로 나이가 많다. 예전에 몸 상태 때문에 들었던 "끝났다"는 소리를 이제 나이 때문에 듣게 될 처지다. 하지만 그는 이대로 선수 생활을 끝낼 마음이 없었다. 지난해 류한수는 마치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말하는 듯 세계선수권에서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누구보다 역경을 많이 겪어서일까. 류한수는 공격 기술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상대가 질릴 정도로 계속 몰아붙이고 점수는 쉽게 주지 않는 스타일을 갖고 있다. 류한수는 이번 대회 결승까지 4경기를 치르면서 16점을 얻고 5점을 내줬다.

이번 대회에 앞서 류한수의 목표는 간단했다. 아시안게임에서 2연패를 달성하고,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첫 번째 목표는 이날 달성했다. 이제 두 번째이자 마지막 목표를 향해 류한수는 다시 땀을 흘릴 것이다.

 
조선일보 :자카르타=석남준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