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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영 촬영감독 "애니메이션 30년 흥행비결은 공정한 오디션"

세상을 바꾸는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창의적 인재로 만들 수 있을까. 인공지능(AI) 시대를 준비하는 많은 기업과 조직, 학교가 안고 있는 공통의 고민이다. 이른바 `창의력 주식회사`로 유명한 디즈니 픽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토이스토리` 시리즈부터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대학교` `벅스라이프`, 지난해 `코코`와 최근 `인크레더블2`까지 만들며 애니메이션 역사를 새로 쓰는 픽사에서 말이다. 

한국계 김성영 픽사 촬영감독(37)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그 답을 내놨다. 그는 "감독과 디자이너, 스태프에게 픽사는 충분히 시간을 준다.

일반 조직이 직원에게 100% 시간을 준다고 한다면 픽사는 120% 시간을 주고 여유를 가지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픽사에서는 뛰어난 아티스트, 개발자들의 시간을 따로 관리해 줄 필요가 없다고 믿고 있다. 그들에게 120% 시간을 주면 예외 없이 창의적 작품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지난여름 개봉한 `인크레더블2`에서 촬영감독(레이아웃 아티스트)을 맡았다. 그는 `인크레더블` 외에도 `몬스터대학교` `도리를 찾아서` 등 픽사 대표 작품들을 맡아 제작에 참여해 왔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에서 촬영감독의 역할은 주어진 콘티를 배경으로 소품 배치, 배경, 컷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콘티를 기반으로 촬영 계획을 세우고, 렌즈를 정하고 카메라 움직임, 캐릭터 동선 등을 만든다. 이는 실사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그 과정이 모두 컴퓨터에서 이뤄지는 것이 실사 영화와 다른 점이다. 

픽사 스튜디오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그는 "나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즉답했다. 실제 픽사의 창업자는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다. 1986년 설립돼 30년이 넘었다. 실리콘밸리 기업과 다르게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도 10년이 넘는다. 핵심 인재들은 픽사에 계속 남기를 원한다. 그는 "픽사에는 인턴부터 60대까지 있다. 평균 40대 정도 된다. 하지만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신인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다. 모두 공평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픽사는 이제 스타트업은 아니에요. 그러나 여전히 최고의 창의적 결과를 내고 있지요. 한두 편 흥행 실적이 잘 나오는 회사도 있지만 30년간 최고 성과를 유지하는 회사는 흔치 않아요." 그는 "무엇보다 히트작을 계속 내는 비결은 직급이 없고 공정한 오디션 과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픽사에서는 직급이 높다고 해도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며 "아카데미상을 받은 감독조차도 스스로를 항상 증명해야 한다. 프로세스는 늦을 수 있어도 공정함에 대한 신뢰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콘텐츠 회사에 대한 `조언`을 요청했다. "한국에서는 콘텐츠로 수익이 나면 (콘텐츠보다) 다른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계속 콘텐츠에 투자했으면 좋겠어요. 결국 콘텐츠 회사의 경쟁력은 콘텐츠에 있지요."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